"산업구조 고려않는 정책도 개선 필요" 지적
'환경=善, 개발=惡' 이분법적 사고 바꿔야
한국 위협 에너지 이슈로 국제유가 등 꼽아
"원전 연장은 안정성 담보땐 두번도 가능" 47%
"중장기 에너지전략이 여전히 미흡합니다." "단기성과 위주 평가, 산업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서울경제신문이 25일 '에너지, 기술, 사람'을 주제로 개최하는 제2차 에너지전략포럼에 앞서 국내 최고 에너지 분야 전문가집단인 포럼 회원 76명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현안 설문조사에서 국내 에너지정책에 대해 내린 전반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는 셰일가스와 온실가스 감축 등의 이슈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데 에너지 자립도가 4%에 불과한 한국의 전략적인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긴 호흡으로 풀어나가야 할 에너지전략이 실적 중심의 단기성과 평가 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을 위협할 가장 큰 에너지 이슈로 국제유가(50.7%)를 첫손에 꼽았다. 셰일오일·가스와 포스트 2020 신기후체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이슈도 각각 28.9%, 16.4%의 전문가들이 주목해야 할 이슈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정부와 산업계의 중장기 에너지전략 대책에 아쉬움을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62.5%가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대답했다. 산업계는 그나마 '보통'이라는 대답이 43.8%로 가장 많았지만 미흡하거나 매우 미흡하다고 답한 전문가들도 40.6%로 적지 않았다.
정부의 중장기 에너지전략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단기성과 위주의 정책을 꼽은 전문가들이 전체 응답자의 40.63%에 달했다. 산업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답변은 31.3%, 전문인력 양성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25%였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성과 위주의 자원외교 드라이브를 걸어 현 정부 들어 자원정책이 위축되는 후폭풍을 맞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성과 위주의 자원정책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정부가 장기적 시각에서 에너지 로드맵을 그리고 그 위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에너지정책이 바뀌는 탓에 장기전략 마련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환경과 산업의 조화로운 발전 방안을 하루빨리 모색해야 얽혀 있는 에너지 현안을 풀고 미래지향적 로드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미진한 에너지 효율화, 부족한 연구개발(R&D) 및 기술대응, 수익 위주의 근시안적 경영 등을 고쳐야 한다 등 지적이 고루 나왔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은 선(善), 개발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 전문가들이 28.1%로 가장 많았다. 기피시설 반대(25.0%)와 에너지와 환경 변화에 무관심(21.9%)을 꼽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1년 대정전 사태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놓고 지금도 진행 중인 지역갈등, 밀양 송전탑 사태 등 사회 문제로 비화한 이슈 등은 모두 에너지에 대한 다소 그릇된 인식이 바탕이 됐다는 지적이다.
노후원전 처리 및 운영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눈여겨볼 만하다. 앞으로 10년 동안 10기가 넘는 노후원전이 수명을 다하는 가운데 계속운전 여부를 놓고 사회적 갈등 양상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안정성만 담보된다면 최소 두 차례까지는 연장운전해도 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46.88%에 달해 수명을 다하면 즉시 폐로해야 한다(28.13%), 고리 1호기처럼 한 차례 운전한 뒤 폐로 해야 한다(18.75%)는 의견을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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