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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버드맨'

볼까 말까 망설이는 당신 편안히 즐길 수는 없지만

심장 뛰는 경험이 되리니…


작품상 등 주요 4개 부문의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올해 아카데미의 승자로 기록된 영화 '버드맨'은 대부분 작가주의 영화가 그러하듯 모두가 편안하게 즐길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를 보러 갈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관객들이 티켓을 끊기 전 생각해볼 만한 몇 가지를 짚어 봤다.

우선 스토리 자체는 흥미진진하다. 배우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은 과거 수퍼히어로 영화 '버드맨'의 주역을 맡으며 톱스타 자리에 올랐지만 이후로는 줄곧 내림세였다. 재기를 위해 선택한 무대는 할리우드가 아닌 브로드웨이. 리건은 직접 제작·각본·주연을 맡은 연극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쫄쫄이 수트를 입고 '문화를 말살하는' 영화를 찍었던 그에게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브로드웨이가 그리 쉽게 품을 내줄 리가 있나. 우여곡절 끝에 섭외한 연극계의 스타 마이크 샤이너(에드워드 노튼)는 도통 제어가 안 되고 연극계를 좌지우지하는 평론가는 그를 향해 '무대 낭비'라며 독설을 쏟아낸다. 대중과 언론은 여전히 자신에게 '버드맨'의 모습만을 찾고 딸마저도 '아빠는 이제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며 냉소한다. 바야흐로 통제 불가능한 난장판. 과연 리건은 모든 역경을 딛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인가.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담고 있는 주제는 상당히 철학적이며 대사도 꽤나 현학적이다. 감독의 말인 즉,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힘을 타인에게 내주면 비록 원하는 것을 얻더라도 그 기쁨은 덧없을 뿐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다행히 영화 속 대사를 통해 "사람들은 피를 좋아하고 액션을 좋아하지, 이런 말 많고 우울하고 철학적인 개소리에는 관심도 없어"라고 말하는 재치는 잊지 않았다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친절하진 않다. 확실히 말해 이 영화는 영화마니아 혹은 연극 애호가들 사이에서 좀 더 사랑받을 이야기다.

감상에는 집중력도 필요하다. 배우라는 직업의 이 예민한 인물들은 감정이 1분 1초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격변한다.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주인공의 외부 세계와 내면의 감정이 교차하고, 연습과 실전이 혼합되며, 환상과 실제가 뒤죽박죽되는 입체적인 플롯 속에서 자칫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읽고도 여전히 '버드맨'에 흥미를 느끼는 당신에게는 이 영화를 반드시 보라고 권하겠다. 심장이 뛰는 경험이 되리라 감히 장담한다. 서사·플롯·연기·촬영·음악 등 모든 면에 걸쳐 이토록 빈틈없고, 지적이며, 완벽히 공을 들인 작품은 영화의 역사를 통틀어도 몇 작품 없을 것 같다.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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