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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화산책] `채근담` 이야기

`부귀와 공명은 꽃병의 꽃과 같다.` 뿌리가 없는 꽃은 이내 시들기 때문이다.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말이다. 병가(兵家)에서는 `손자(孫子)`를 병법서의 으뜸으로 치듯이 `채근담`은 동양에서 가장 훌륭한 수양서로 손꼽혀왔다. 이 책은 명나라의 홍자성(洪自誠)이 지었는데 전집 225편, 후집 134편, 모두 359편의 처세훈이 담겨 있다. `채근`이란 송나라의 임신민(任信民)이 “사람이 항상 채근을 씹어먹을 수 있다면 그는 백 가지 일을 능히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말에서 비롯됐다. 즉 채소 잎이나 뿌리처럼 질박한 음식도 달게 여기며 인내하는 기개가 있다면 어떠한 어려운 일도 능히 성취할 수 있으리라는 뜻이다. `채근담`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 군자(君子)답게 살아가는 길을 여러모로 일러주고 깨우쳐준다. `책을 읽어도 성현의 덕을 배우지 못하면 글이나 가져다 쓰는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 관직에 있으면서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의관을 입은 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학문을 가르치면서 몸소 실천하지 않는다면 구두선(口頭禪)에 지나지 않는다. 큰 사업을 하면서 은덕을 심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눈앞의 꽃과 다름없다.` 여기에서 은덕을 심는다는 말은 곤궁한 이웃을 위해 적선(積善)의 공덕(功德)을 닦으라는 뜻이다. 자비와 사랑을 모르는 사람, 자기 한몸이나 제 식구의 안일만 추구하는 인간은 백살까지 살더라도 가치 있게 사는 사람의 하루보다도 못하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함부로 앞을 다투지 말라. 남을 밀어제치고 올라서고자 하는 것보다도 한발 사양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이 높아지고 한걸음 전진하는 것이다. 또 남에게 대해 너무 엄격하지 말고 관대한 것이 자신의 행복을 위하는 근본이다.` 나물 먹고 물 마시며 구름을 쳐다보던 선인들의 풍류정신은 어디에 내버린 채 고기 먹고 술 마시고 순간적 쾌락에만 미쳐 날뛰는 말세가 됐으니 이 일을 장차 어찌하랴. 군자는 뒤안길로 돌아서 다니고 소인배가 대로를 횡행하는 무식한 세상을 탄식한다. 갈수록 인정이 메말라가고 세태가 각박해지는 요즘 이 같은 만고의 금언(金言)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드문 것은 참으로 딱한 현상이다. <황원갑<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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