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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8월 13일] 최저가 낙찰제 '싼 게 비지떡'

개인이나 기업ㆍ정부 모두 항상 수많은 판단과 결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개인은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번의 판단과 결정을 내리고 기업도 어떤 제품을 만들어 누구에게 팔 것인지, 얼마의 이윤을 낼지 등을 매일 선택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경제ㆍ사회ㆍ교육 등 하루에도 수많은 정책을 판단하고 결정한다. 개인의 잘못된 선택은 그 개인은 물론 가족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오판은 기업 자체를 망하게 한다. 정부의 그릇된 정책은 다수의 국민에게 고통을 줄 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정부는 “이 고통은 일시적이고 이를 극복하면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자주 역설한다. 물론 장기적 측면에서 해당 정책의 긍정적 효과만 발휘된다면 해당 분야의 경쟁력은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로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을 주기도 한다. 이런 정책 중 하나가 건설공사의 ‘최저가낙찰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과거 이 제도를 수차례 시행하다 저가낙찰 등의 문제로 폐기한 뒤 적정한 가격을 주는 입찰제도로 여러 차례 변경했다. 지난 2001년 다시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해 현재 300억원 이상의 공사에 시행하고 있고 현 정부는 이를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입찰하는 시점에서 보면 예산이 절감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총 생애주기비용 측면에서 판단하면 오히려 예산이 낭비돼 국가적으로나 건설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유럽ㆍ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품질을 우선하고 그 다음 가격을 심사하는 ‘최고가치(Best Value)낙찰제’로 전환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가격 위주의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을 인식해 입찰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이 제도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현재 우리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최저가낙찰제를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현 정부의 건설 부문 예산절감 방안도 외국의 사례를 교훈 삼아 단순히 입찰이나 시공 부문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기획ㆍ설계ㆍ시공ㆍ관리 등 건설 전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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