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진행된 '래미안 잠원'과 '위례 아이파크' 청약 결과는 한마디로 '기대 이상'이다. 이미 앞선 단지가 흥행에 성공한 위례신도시와 영원한 투자 1번지인 강남권 알짜 재건축 물량이기 때문에 무난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흥행 열풍'으로 표현될 수 있을 만큼의 경쟁률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대란 속에 발표된 8ㆍ28대책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확실히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데 성공하면서 잠재가치가 높은 단지들이 분양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올가을 분양시장을 기점으로 주택시장이 오랜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8ㆍ28대책의 힘이 컸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취득세 한시감면과 같은 대증요법을 되풀이했던 기존 대책과 달리 주택 구매심리를 진작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실수요자들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1%대의 초저금리로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파격적인 '수익ㆍ손익 공유형 모기지' 상품까지 내놓으면서 주택시장의 심리가 급반전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위치와 분양가 때문에 중소형 이하 평형은 어느 정도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대형마저 높은 경쟁률로 마감한 것을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하반기에 분양을 앞둔 물량도 입지여건 등이 괜찮아 앞으로 분양시장 전체의 분위기가 다소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양해진 주택 수요를 고려한 평면 개발과 시장여건에 맞게 분양가를 다소 낮춘 전략 등이 8ㆍ28대책과 겹치면서 효과가 극대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례 아이파크도 중소형이 대세인 최근 주택시장의 트렌드를 감안해 주상복합에 전용 87㎡를 적용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실제로 87㎡(이하 전용면적)A타입은 39가구 모집에 2,382명이 몰리면서 61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위례 아이파크 87㎡A타입에 청약접수한 조모(41)씨는 "분양가가 1,700만원대라는 점과 실생활에 편리하게 설계된 내부구조가 매력적이었다"며 "또 4ㆍ1부동산종합대책과 이번 8ㆍ28대책으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수년 동안 묵혀뒀던 청약통장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잠원 래미안도 중대형만을 고집했던 강남권 분양시장의 '아집'을 깨고 일반분양분 126가구 중 125가구를 84㎡로 공급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양가와 평면 등 상품구성을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여기에 8ㆍ28대책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청약자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래미안 잠원'과 '위례 아이파크'의 놀라운 청약 성적표가 향후 신규분양시장은 물론 기존 주택거래시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8ㆍ28대책에 따라 그동안 한시감면이 반복됐던 취득세율도 영구인하가 확정돼 지금 신규청약에 나서는 사람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호재로 작용한 것 같다"며 "전셋값 상승에 따라 알짜단지의 공급을 기다리던 실수요자들도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섰기 때문에 향후 분양시장이 기존 매매시장을 선도하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개별 아파트단지가 가진 장점에 따라 분양시장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팀장은 "모든 아파트단지가 탁월한 입지와 저렴한 분양가라는 두 가지 특징을 갖출 수는 없기 때문에 상품에 따라 청약자로부터 각광을 받는 단지와 외면을 받는 단지에 대한 양극화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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