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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신용평가의 두가지 저울

살아가다 보면 흔히 옳다고 알려진 것 가운데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손쉽게 담보 위주로 영업하기 때문에 외국 금융기관에 비해 담보대출이 훨씬 많다는 얘기가 그런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 10여년간 우리나라 은행의 담보대출비율을 보면 연도별로 다소 기복은 있으나 대략 50%(부동산담보는 약 40%) 안팎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 정도의 비중이라면 선진국 은행의 경우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자료에 의하면 유럽 주요국 은행의 경우 총대출금의 40% 안팎이 부동산담보대출이다. 특히 모기지(mortgageㆍ주택저당대출) 제도가 발달한 영국은 그 비율이 50~60%에 이른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 3월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은행의 기업대출 가운데 55%가 담보대출이며, 특히 중소은행의 경우 그 비중이 77%에 달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취약한 대출심사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담보대출이 마치 금융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처럼 잘못 인식돼서는 곤란하다. 대출금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약속대로 회수되지 않고서는 은행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보유 담보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낮은 금리의 대출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과다한 신용위험을 억제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순기능을 수행한다. 물론 담보가 부족한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공적신용보증이나 벤처캐피털 등을 통해 보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 수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확충해왔다. 또 과거의 잘못된 대출관행을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미래 지향적인 이른바 FLC(Forward Looking Criteria) 대출심사를 강조해왔다. 맞는 말이다. 미래의 기대소득에 치중하다가 자칫 그 소득의 원천(source)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래 소득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날 수 없고 반드시 그 소스가 있어야 하며, 그 소스를 찾아 확인하는 것을 BLC(Backward Looking Criteria)라고 한다면 제대로 된 대출심사는 FLC인 동시에 BLC여야 한다. 돈을 빌려가는 기업이나 개인의 장래 상환능력을 현재 시점에서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과거와 미래의 두가지 신용평가 저울이 균형 있게 크로스 체크될 때 보다 성공적인 은행대출이 가능해진다. `끊임없는 변화`는 지신(知新)하고 `변하지 않는 진실`은 온고(溫故)하는 데서 금융도 예외일 수 없다. <강형문 한국금융연수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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