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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도미노, 환율전쟁 어디까지] <하> 눈치보기 들어간 글로벌 자금

안전·위험자산에 '동시 쏠림'… 돌발 변수 땐 금융시장 요동

선진국 채권형 펀드 순유입 5년여 만에 최고치

신흥국 주식·채권에도 지난달 180억달러 몰려

그리스 위기 재점화·러 디폴트 등 뇌관은 상존


연초부터 환율전쟁이 격화하자 글로벌 자금이 극도의 눈치 보기를 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가치 절하를 위해 도미노 금리 인하에 나서자 한편에서는 고수익을 찾아 일부 신흥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초저금리 기조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공포까지 커지자 선진국 채권에 베팅하고 있다.

중앙은행발 유동성 거품에 위험투자와 안전자산 투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양극단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 위기 재점화,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 돌발변수가 발발할 경우 변동성 증폭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탈출을 촉발할 방아쇠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채권·신흥국으로 자금 이동=일단 투자가들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안전자산인 선진국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에 따르면 지난 1월29일~2월4일 한 주간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215억달러로 2009년 9월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로 예상보다 저조하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형 펀드에서는 전주 38억달러 순유입에서 68억달러 순유출로 반전됐다.

특히 디플레이션 위기감에 투자가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마이너스 국채 수익률이 속출하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최근 선진국 국채 수익률은 제로 이하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채권지수에 포함된 국채의 16%에 해당한다. 로이터는 "선진국 국채는 풍부한 유동성을 갖춘 안전자산인데다 가격이 더 오르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상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투자가들은 선진국 국채 가격이 급등하고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신흥시장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 180억달러가 유입됐다. 지난해 12월 110억달러가 순유출됐던 것과 대비된다. 제프 클레인톱 찰스슈와프 수석글로벌전략가는 "1년 뒤 예상이익을 감안한 스탠더드앤푸어스 500지수 기업의 투자수익비율(PER)이 17배인 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는 13배에 불과해 세계 어느 곳보다 싸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불안요인"=하지만 인도·호주 등 일부 중앙은행들이 시장의 예상을 깨는 통화정책을 속속 내놓으면서 "중앙은행이 시장의 방화벽이 아니라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 중앙은행이 환율변동폭을 폐지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중앙은행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통화정책의 약발도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사모펀드인 블랙록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1일까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기대감에 유로존 국채투자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4억달러가 유입됐다. 하지만 막상 지난달 22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관련 조치를 발표한 후 3일까지 2억6,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ECB의 양적완화가 "바주카포가 아닌 물총에 불과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토마스 메이어 전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 재정집행 여력이 떨어지자 유로존·일본 등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이라는 당초 불가능한 임무를 떠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흥국에는 올해 중순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살아 있다는 게 불안요인이다. 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예상을 웃도는 1월 고용지표를 발표하자 연준이 예상보다 일찍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14%포인트 급등한 1.96%를 기록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신흥국은 달러자금의 탈출을 막기 위해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더구나 올해 말 국제유가도 반등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통화긴축의 압력은 더 높아지게 된다.

이미 이상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신흥국의 올 1월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 규모는 430억달러로 전년 동기의 663억달러보다 급감하면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MSCI 신흥국 주가지수도 올 들어 지난달 23일까지 3.6% 급등하다가 이후 6일까지 1.2% 하락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주요국 중앙은행 간의 통화정책 비동조화가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특히 신흥시장은 지난 5년간 달러 차입이 늘어났기 때문에 강달러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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