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정비업을 하는 K씨는 만성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국인 근로자들이 일을 꺼린 지 오래여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정비업은 서비스업으로 규정돼 중국동포 외 외국인은 고용할 수 없어서다.
현재 경북 지역 내 정비업체에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업체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제도의 실효성이 없는 상태. 그는 참다못해 이 문제를 '손톱 밑 가시'로 건의했지만 1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 개성공단 진출 수출기업들은 국내 수출기업과 동등하게 관세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호소하고 있지만 관세청은 요지부동이다.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반출입 등을 민족내부거래로 규정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맞게 관세환급을 해줘야 한다는 게 입주기업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관세청은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관세 등 환급에 대한 특례법' 기본 통칙에 근거해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국내 반입시 '수입'으로 해석, 이를 외면하고 있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로 중소기업들만 애를 먹고 있는 형국이다.
# 국내 마루 제조업체들은 7~7.5㎜ 합판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두께가 6㎜ 미만인 합판에 비해 2%포인트 높은 10%의 관세를 내고 있다. 국내 합판 제조업체들을 수입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판두께 6㎜ 이상부터 조정관세 10%를 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합판 제조업체들은 주로 8.5㎜ 이상의 합판을 주로 생산해 마루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관세를 물고 수입산 제품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한 마루업체 관계자는 "(필요한 합판을) 주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지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며 "합판의 수입관세를 6㎜ 이상 8㎜ 미만의 것과 8㎜ 이상 10㎜ 미만의 것으로 HS코드를 구분해 6㎜ 이상 8㎜ 미만의 것은 조정관세 10%가 아닌 기본관세 8%를 부과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요란했던 만큼 기대가 높았던 '손톱 밑 가시' 뽑기가 1년이 지난 지금 중소기업들에 희망 대신 냉소만 남기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몇 백개를 뽑기로 했는데 아직도 뽑지 못한 게 많이 있다"면서 "언제 한번 그것에 대해 회의해 나머지 가시도 다 뽑아야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것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손톱 밑 가시가 용두사미가 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 부처의 복지부동 때문이다. 집권 1년차 이벤트로 인식, 세간의 관심이 수그러들자 일선 부서에서 손톱 밑 가시 뽑기를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어놓고 있는 것.
이 같은 실상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손톱 밑 가시 해소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물론 시정을 건의한 손톱 밑 가시 1,033건 중 31.4%가 해결돼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건의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는 '미답변'이 269건(26.1%)으로 건의한 5개 중 하나는 정부로부터 무시를 당하고 있다. 또 장기적 과제로 치부되는 '검토' 답변도 103건(10%)에 달하는 등 중소업계의 건의 사항 상당수에 대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특별한 해소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가 최근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손보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개운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흐지부지됐던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신속하게 손톱 밑 가시 등 규제와 불합리를 시정하지 못하는 데는 공무원들의 의지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예산 및 세수 부족을 비롯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미온적 대응, 국회 법안 지연 등 정부 정책이 체계적이고 종합적이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특히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2개 이상의 부처가 소관하는 건의 사항이 많아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분석된다. 소관부처별 건의 현황을 보면 산업통상자원부 등 11개 경제부처 외에 국토교통부 등 비경제부처도 26개나 된다. 이를 합쳐 관련 부처 수가 37개나 되면서 여러 부처가 함께 걸려 있는 규제 등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신속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임의로 만들어진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의 역할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각 부처에 강제할 권한이 없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문제들이 산적한 만큼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손톱 밑 가시가 뽑혔다는 체감을 높여나가야 의미가 있다"며 "구조적인 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손톱 밑 가시와 같은 작은 문제를 풀어가면서 중소기업들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