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꼴찌'에서 가을야구의 주연으로 다시 태어난 캔자스시티가 29년 만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캔자스시티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카우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볼티모어와의 아메리칸리그챔피언십시리즈(ALCS) 4차전에서 2대1로 이겼다. 7전4선승제 승부가 캔자스시티의 4연승으로 일찌감치 마무리된 것이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던 지난 1985년 월드시리즈 5차전부터 올 포스트시즌 8연승을 포함해 포스트시즌 11연승을 달렸다. 포스트시즌 11연승은 뉴욕 양키스도 두 차례 달성한 기록이지만 첫 8경기 전승은 캔자스시티가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다. 최장기간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 기록을 갖고 있던 팀이 29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라 좌절을 모르는 팀으로 대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캔자스시티는 샌프란시스코-세인트루이스전 승자와 오는 22일부터 7전4선승제로 대권을 다툰다.
캔자스시티의 기적은 강철 외야와 철벽 불펜의 조화에 동료 간의 신뢰가 곱해진 결과물이다. 켈빈 에레라-웨이드 데이비스-그렉 홀랜드로 이어지는 오른손 필승 계투조는 이번 포스트시즌 동안 평균자책점 1.05(25.2이닝 3자책점)로 '짠물' 투구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탈삼진은 똑같이 10개씩. 1이닝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솎아낸 것이다. 이날 4차전에도 셋은 6회 1사 뒤부터 차례로 나와 3.2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중견수 또는 우익수를 보는 로렌조 케인과 좌익수 고든은 완벽한 안타성 타구를 아웃으로 둔갑시키는 넓은 수비 범위와 동물적 감각으로 하이라이트 장면을 쏟아내고 있다.
선수들 대부분이 캔자스시티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이던 1985년 이후 태어났지만 경험 부족을 끈끈한 신뢰로 메워나가고 있다. 투수는 야수들의 수비를 믿고 타자들은 마운드를 절대 신뢰한다. 패배에 대한 조급함 없이 매 순간 자신들의 100%를 쏟아낼 수 있는 이유다. 에레라, 홀랜드, 고든, 1루수 에릭 호스머, 3루수 마이크 무스타커스, 포수 살바도르 페레스 등은 캔자스시티에서 데뷔해 한 팀에서만 뛴 선수들이다. 25명 가운데 반 정도가 이런 선수들이다. 소속팀의 '흑역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가을잔치를 즐기고 있다.
허를 찌르는 번트작전과 기동력을 강조한 야구로 기적을 지휘한 네드 요스트 캔자스시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오로지 승리만을 생각해 기꺼이 이타적인 야구를 한다"며 "아무도 영웅이 되려 하지 않았다. 이기는 데만 집중한 그들이 이렇게 굉장한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챔피언십(NLCS) 4차전 홈경기에서 초반 1대4의 열세를 뒤집고 6대4로 이겼다. 3승1패가 된 샌프란시스코는 2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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