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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새롭게 출발을
입력2003-03-04 00:00:00
수정
2003.03.04 00:00:00
흔히 좋은 일을 하다 보면 그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만 나쁜 일은 장기간에 걸쳐 자기도 모르게 진행되고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나타나게 된다. 비단 우리 인생살이 뿐만 아니라 사회ㆍ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행을 했다거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경우 우리는 당장 몸과 마음이 깨끗해짐을 느낀다. 반면 과음과 흡연은 당장은 표시가 나지 않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그것이 병으로 나타났을 경우 치료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같은 논리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경제정책도 잘못 입안이 되고 집행될 때 그냥 끝나는 게 아니라 그 피해를 참여자 모두가 떠안게 된다. 모든 일의 성공에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반영할 수 있는 치밀한 준비와 전략,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실천해낼 수 있는 구성원들의 의지 등 3박자의 조화가 전제돼 있음을 다시 되새겨보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조조정` 문제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그리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구조조정은 그 자체가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 즉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키기 위한 운동행위다. 그러나 잘못된 운동행위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듯 올바른 운동처방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이 부채를 줄이는, 즉 군살을 빼는 운동 요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몸에 근육을 강화시키는 근력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 우리 기업들은 IMF 이후 자산매각과 인력조정 등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으로 유사 이래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부채비율도 1,000%를 넘나들던 것이 이제는 대다수 기업들이 200% 미만 수준의 선진국형 부채구조를 지니게 됐다. 외국에서도 이러한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이를 국내주식에 대한 매수논리로 접목시키고 있다.
하지만 국내증시는 역사적 저점 수준인 600포인트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구조조정의 성과에 앞서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 처방은 바로 기업이익의 크기와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기존 부채축소 위주의 접근은 과거지향적 사고방식이다.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수치는 과거 영업활동에 따른 결과치를 보여주는 것일 뿐 미래 기업가치를 읽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주지는 못한다. 미래지향적 구조조정은 현금 흐름적 관점에서 기업의 매출과 이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예컨대 일년에 7조원을 버는 삼성전자는 누가 보더라도 초우량 기업이다. 그렇지만 매년 7조원만을 번다고 하면 이는 가치유지의 개념이지 가치창출의 개념은 아닌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날 때마다 접하는 질문은 어느 기업의 재무구조가 우량한지가 아니라 연말에 경영대상을 받을 기업 리스트를 말해달라는 것이다. 이미 한국기업들의 재무구조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구조조정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그 접근의 다양성과 상대성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과 중남미 개도국들에서의 구조조정 경험은 많은 시사점을 지니고 있다.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경제는 구조조정 시기와 방향의 중요성을, 그리고 경제적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남미 개도국은 구조조정에 대한 어프로치의 중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원칙을 배제한 채 정치와 경제논리를 오가는 가운데 맺고 끊어야 하는 맥을 잘못 짚은 결과이며 중남미는 사회경제적 패러다임 변화(Socio-Economic Transformation)를 무시한 채 IMF와 세계은행(World Bank)이라고 하는 외부적 힘에만 의존한 결과 오히려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게 됐다.
구조조정은 그 관점에 따라 다양한 처방이 제시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뚜렷한 방향설정 없이 마냥 표류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새 정부의 출범은 그동안 다양하게 제시된 의견들을 수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시행해나갈 수 있는 절호의 시점이다.
<최현만(미래에셋증권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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