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위기 확산으로 돈 가뭄에 시달리는 유로존 은행들이 앞다퉈 단기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달러화 조달 비용이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또 국제 유동성의 지표인 리보(Libor)가 5개월 만에 두배 수준으로 폭등하는 등 유럽의 단기자금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이 유로를 달러화로 교환하는 데 지불해야 하는 금리인 3개월 만기 통화 스와프 레이트(금리)는 이날 131bp(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 123bp에 비해 8bp나 뛴 것으로 지난 2008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3개월물 리보도 0.479%를 기록해 전날보다 0.00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 6월15일 0.245%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유럽 은행의 단기 자금 사정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리보(유로존 은행 간 금리)-OIS(하루짜리 초단기 외화금리) 스프레드'도 이날 0.07%포인트 상승한 0.904%포인트를 기록했다. '유리보-OIS 스프레드'의 상승은 유럽은행 간 자금조달 비용이 커져 대출이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이처럼 유럽 은행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면서 부도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등 프랑스 주요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각각 312bp와 382bp로 전날보다 18bp, 13bp 올랐다. 유럽 자금시장이 이처럼 냉각되고 있는 것은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채입찰이 실망스럽게 이뤄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전날 35억6,000만유로의 10년물 국채를 발행했지만 목표치 40억유로를 채우지 못했다. 국채 금리도 장중 한때 구제금융 마지노선인 7.09%까지 치솟았다가 결국 유로존 창설 이후 최고치인 6.975%로 마감됐다. 프랑스도 이날 10년물을 포함해 국채 69억8,000유로어치를 발행했지만 애초 목표치 82억유로에 미달했다. 문제는 유로존 마지막 안전판이라 평가 받는 독일 국채수익률의 상승세다. 독일의 국채 수익률은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의 영향을 받아 이날 1.89%를 기록, 전날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ICAP의 크리스 클락 금리 담당 분석가는 "현재 전망 하에서 리스크가 더 커졌기 때문에 3개월간 단기자금을 빌리려 한다면 예전보다 훨씬 더 높은 비용이 필요하다"며 "리스크 때문에 은행들은 장기간 자금을 빌려주려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와 기업의 신용도를 나타내는 유럽 각국의 채권 등급 인하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의 선진국 국채 및 기업 신용등급 변경을 집계한 결과 등급하락이 모두 24건으로 4~6월 조사 때보다 2.4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채권 등급 하락은 해당 국가와 기업의 신용도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채를 포함해 스페인 통신업체 텔레포니, 프랑스 대형은행 BNP파리바 등 유럽의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하락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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