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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사업이 안되다 보니 재건축을 해야 할 단지가 많은 과천은 집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원문동 S공인중개)
"지난해 5월 갈현동 지식정보타운에 보금자리 수천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5차 보금자리 발표부터 아파트 값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별양동 I공인 관계자)
한때 서울 강남을 제치고 전국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었던 과천의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상반기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큰 폭의 가격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급락 수준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과천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 보다 5.26% 하락했다. 인근 평촌신도시(-3.03%), 군포시(-0.76%), 의왕시(-1.12%) 등의 매매가 하락률 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며, 서울(-2.26%)은 물론 분당을 비롯한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신도시가 2.37% 떨어진 것과 비교해도 하락폭이 크다.
지난 주말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과천시 중개시장 관계자들은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급락세에서 벗어나기 힘든 형편이라고 진단했다.
◇재건축 사업성 악화가 가장 큰 원인=과천시 공인중개 업계는 아파트 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재건축 사업 침체를 꼽았다. 과천시내 아파트 1만3,558가구 중 재건축 추진 중인 가구가 5,110가구(37.68%)이고, 재건축 대상가구는 9,754가구로 전체의 71.94%에 달한다.
별양동에 위치한 D공인중개 관계자는 "과천은 가장 먼저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며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대부분 아파트가 재건축을 앞둔 상황에서 재건축 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주공 2단지의 가격이 가장 많이 빠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공2단지 전용 52㎡의 실거래가는 2011년 5월 6억5,800만원이 최저가였지만, 지난 6월 5억9,000만원으로 10.6%나 급락했다. 인근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엔 5억6,000만원에 내놓아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아파트는 과천의 평당 매매가가 서울 강남을 넘어섰던 2006년 말 10억에 거래되기도 했다.
주공5단지 역시 사정은 비슷해 전용 124㎡의 지난해 6월 최고 실거래가는 9억7,500만원이었지만, 현재 거래시장엔 7억3,000만원에도 나와있다. 지난해 4월 5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주공6단지 전용 47㎡도 현재 4억8,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와있다.
개래 건수도 바닥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0건이었던 별양동의 거래건수는 올해 6월엔 단 2건만 거래됐다. 별양동 O공인중개 관계자는 "평소대로라면 50건은 거래가 돼야 하지만 지난 6월 과천 전체의 아파트 거래건수가 17건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보금자리도 집값 하락에 한 몫=지난해 5월 발표된 제5차 보금자리 지구 선정 소식도악재로 작용했다.
별양동 오렌지공인중개 전승원 대표는 "과천시 아파트가 1만3,000여가구인데 갈현 보금자리지구에 당초엔 9,600가구가 계획됐다"며 "주변 시세보다 15% 싼 보금자리가 바로 옆에 들어서는데 누가 거품 낀 재건축 아파트에 관심을 보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집값 하락을 염려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고,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최근 과천 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지구 주택 공급 물량을 당초 9,600가구에서 4,800가구로 축소하기로 했다.
◇정부청사 이전까지 겹쳐=여기에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정부청사 이전도 집값 하락세를 거들고 있는데다, 전세가격 하락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과천의 전셋값은 전기 대비 6.1%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별양동 G공인중개 관계자는 "정부청사 이전이 직접적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행정중심 도시라는 과천의 상징성이 무너지기 때문에 집값 하락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정부청사 근무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특히 전세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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