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이번 사건을 '대규모 조직을 통한 변란 모의 사건'으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사태는 정말 심각하다. 법과 국가를 지켜야 할 현역 의원과 공당이 체제 전복을 모의했다는 것 자체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증거가 확고하다면 관련자 전원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함은 물론이다. 더 나아가 혹시 우리 사회에 있을지도 모를 국가 전복세력도 발본 색원해야 한다. 그동안 통합진보당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했던 민주당도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도 있다.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비판과 개혁 요구가 쏟아지는 시기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부터 그렇다. 당장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판이다. 과거 유신과 5공화국 시절 집권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민주화 요구를 억누르기 위해 '김대중 내란음모' '인혁당' '민청학련' 등 수많은 간첩 또는 내란 음모사건 조작 경력이 있었던 게 아킬레스건이다. 공안당국의 감시를 받아온 통합진보당과 경기동부연합이 과연 국가내란을 획책할 만한 능력을 가졌는가 하는 점 역시 의문이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내사를 시작한 지 3년이나 됐다고 하니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증거도 확보했을 터다. 현역 의원을 국가 전복세력의 수괴로 삼고 정당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했으니 자신감도 있을 것이다. 이제 터럭 한 올의 의심도 허락하지 않도록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땅에 떨어진 국정원에 대한 신뢰를 찾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