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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로 거실을 점령하기 위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TV 제조사와 케이블 방송 사업자, 통신사, 여기에 포털 업체까지 가세했다. 제조업체와 방송사업자의 결합 등 이종 업체간의 협업도 벌어진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방송 사업자는 인터넷과 애플리케이션 등 스마트TV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셋톱박스 준비에 한창이다. 수도권에서 최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씨앤엠은 지난 3월 LG CNS와 스마트 셋톱박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0월부터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이 셋톱박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스마트 셋톱박스는 이용자들에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웹 검색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한다. TV 제조사와 케이블방송 사업자의 협업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CJ헬로비전과 손잡고 이 회사의 동영상 서비스인 '티빙' 콘텐츠를 9월 초에 제공할 예정이다. 티빙은 실시간 방송과 지나간 방송·영화의 VOD를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로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PC에서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스마트TV 초기화면에 티빙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동영상 콘텐츠를 VOD 형태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포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스마트 TV 연구·개발을 위한 자체 사업단을 꾸렸다.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가온미디어, 입력장치 전문기업인 크루셜텍과 공동으로 '다음TV'를 설립하고 자체 스마트 TV 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통신사들도 기존의 인터넷TV(IPTV)를 스마트 IPTV로 진화시키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KT는 지난 8일 KT 연구개발센터에서 'KT R&D 로드쇼'를 개최하고 클라우드 IPTV를 소개했으며 이 회사의 IPTV인 올레TV를 통해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오픈마켓을 제공하는 등 '스마트'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도 스마트 IPTV인 '스마트7' 서비스로 웹 검색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스마트 TV 경쟁이 대규모 설비투자만 이루어진 채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분석을 내 놓고 있다. 통합된 콘텐츠 유통 마켓이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 자신들이 확보한 콘텐츠만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마트TV를 공급하는 제조업체들은 고화질의 실시간 방송을 자체적으로 제공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을 제외하면 제조업체의 스마트TV는 방송법 규제 때문에 자체적으로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며 "실시간 케이블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의 셋톱박스를 별도로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사용 방식도 문제다. '수동적' 매체의 대표격인 TV에는 컴퓨터와 같이 복잡한 기능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인성 IT칼럼니스트는 "구글과 애플조차도 TV를 컴퓨터로 고려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혁신적인 TV 조작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복잡한 작동 방식의 TV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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