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실로 두려운 병이다.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평균적으로 4명중 한명이 암으로 죽는다는 통계 결과가 있다. 암 환자가 있는 가정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현대 생명과학은 이 같은 암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재발률 높은 항암제 치료 한계 드러내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치료할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항암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은 암의 발병원인을 규명하고 그 원인유전자를 공략함으로써 암을 치료하는 이른바 표적치료 전략을 통해 개발된 항암제로 주목 받고 있다. 이후 폐암 치료제 이레사 등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러한 표적치료 전략을 통해 개발한 항암제를 임상에 적용해 장기간 추적관찰한 결과 암이 재발하는 문제가 생겼다. 재발은 보통 투약하고 1~2년 후에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나타났다. 또 재발한 암에는 원래의 치료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다. 결국 기존 항암제는 암의 근원적 치료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 역시 작은 성과는 아니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항암효과를 갖는 화합물을 발굴하고 항암제로 개발하려는 연구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암이 왜 발생하는지 그 근본원리에 대한 광범위하고 심도 깊은 논의가 다시금 이뤄져야 한다.
암에 대한 이해와 치료제 개발에 연간 100조원 이상의 연구비가 투입되지만 근원적 치료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암은 세포분열의 통제불능상태에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그런데 생명체는 세포분열을 통제할 수 없는 경우 그 세포를 살해한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는 순간 생체 내 방어위원회가 이를 인지하고 35억년 생명의 역사 동안 훈련되고 무장된 군대를 동원해 스스로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연히 이러한 방어기전 작동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때 암이 생긴다. 또 치료가 된 후에도 방어체계가 붕괴된 세포의 일부가 살아남아 다른 경로로 암을 형성할 때 암이 재발한다. 결국 잠자고 있는 방어위원장을 깨울 수 있다면 암을 근원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실제로 이러한 일이 암세포에서 일어나고 있음이 국제학술지에 보고된 바 있다.
이처럼 방어체계가 무력화돼 발생하는 암은 전체 암의 약 50% 정도에 이른다. 다양한 추가 돌연변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방어체계를 활성화시킨다고 모두 치료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원리를 통해 광범위한 암에 대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보다 근원적 방법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러한 방어체계는 오직 암세포에만 작용하고 정상세포에는 무해하기 때문에 부작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방어체계 활성치료에 눈 돌릴 때
결국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어떻게 잠든 방어위원장을 깨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암의 증식과정과 우리 몸의 방어체계와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암을 완치할 수 있는 원리가 존재함이 증명된 만큼 방어체계 발동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전략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기존의 항암제 발굴을 위한 노력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원인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많은 관심과 깊이 있는 토론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분명해졌다. 우리가 암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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