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이나 고객과의 소통이 많은 산업에서 보편화되고 있지만, 월가의 금융산업은 그동안 예외였다.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규제가 엄격하고, 자칫 고객정보 유출 등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소셜네트워크를 제한적인 범위에서 활용하거나, 아예 직원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월가의 금융기업들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모양이다. 지난 2008년 45%의 증권사들이 페이스북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이 비율은 80%로 늘어났고, 은행과 신용카드사의 경우에도 56%에서 82%로 높아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월가의 금융회사들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고객들과의 소통에도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우지수가 5만7,757까지 오를까요. 기대하지 마세요. 하지만, 화요일 시장은 강세가 당연해 보이네요." 이 메시지는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부서의 승인을 받아 모건스탠리 스미스바니의 파이낸셜 어드바이저가 트위트에 올린 것이다. 이 회사는 상황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 142개의 문장을 고객들에게 보낼 수 있도록 허가했다.
모건스탠리스미스바니는 전체 1만7,800명의 파이낸셜 어드바이저 가운데 600명에 한해 트위터와 링크드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허가인원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웰스파고 은행의 경우 주택소유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모기지 컨설턴트들이 페이스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들은 사전에 컴플라인스(compliance) 부서에서 승인한 컨텐츠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할 수 있다. 또 자신들이 직접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지만, 이는 개인적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도록 하고 있다.
마케팅에 소셜미디어를 도입하고 있는 가디언생명보험의 스티븐 홀스타인 마케팅 최고책임자는 "정보기술(IT), 컴플라이언스, 마케팅 등 각각 다른 영역을 묶어서 작업을 해야 한다"며 "가장 최우선은 리스크 요인을 줄이는 것이고, 그 다음이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이 회사 역시 수백개의 허가된 컨텐츠를 직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기업들을 상대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데, 도움을 주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생겨나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소셜웨어(Socialware)는 금융기업들에 소셜미디어에 연관된 컴플라이언스 소프트웨어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직원들과 고객들이 주고받은 메시지들을 보관하고, 각각의 상황에 적용될 수 있도록 미리 기준을 통과한 메시지들을 저장해 컴플라인언스 부서에서 이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한다. 모건스탠리스미스바니 역시 이 회사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에서 소셜미디어의 확산 속도는 매우 더디다. 우선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된 메시지가 법을 위반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조애나 벨베이는 "미국기업이라면 고려해야 할 규제가 1만건은 족히 될 것"이라며 "파이낸셜 어드바이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투자추천을 할 경우 틀림없이 많은 법규를 위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증권사의 여성브로커는 회사에 알리지 않고 트위터를 통해 종목을 추천했다가 자격정지를 당했다. 또 지난 1월에는 일리노이주에 활동하는 한 파이낸셜어드바이저가 있지도 않는 주식을 링크드 인을 통해 팔려다 들통나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고발당했다.
월스트리트의 자율규제기구인 FIRA의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메시지들을 각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점검하는 매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고객들의 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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