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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칼럼] 최경환노믹스, 낙수경제가 명백한데 분수경제로 읽어달라고?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국회의원(서울 종로)

낙수경제(trickle down economics)란 대기업의 성장을 장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국가 전체적으로 경기가 좋아져 국민 모두의 생활이 나아진다는 경제이론이다. 미국에서는 레이건-부시 전 대통령 시기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하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이러한 낙수경제에 대한 맹신을 가지고 있었다. 부자감세와 22조원 이상을 퍼부은 4대강 사업은 그러한 낙수경제 이론에 바탕을 두고 추진한 정책이었으나, 보기 좋게 실패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세월이 지나 정권이 바뀌었지만 보수정권의 경제정책 기조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국가경제는 물론 국민의 삶도 더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보수정권의 경제성적표가 너무나도 초라하다고 생각했는지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런 그가 취임 일성으로 들고 나온 것이 분수경제(bottom up economics)다.

분수경제는 낙수경제에 반대되는 경제용어로,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중소기업, 서민, 중산층으로부터 찾아 그 힘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분수처럼 만들어야 국가가 전체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분수경제론을 정치권에서 처음으로 주장한 사람이 바로 필자인데 벌써 3년여가 지난 일이다.

따라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분수경제론을 들고 나왔을 때, 내심 분수경제 주창자로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변화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분수경제에 입각한 경제정책 기조가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소위, ‘최경환노믹스’라고 포장한 세법개정안이나 부동산 정책을 보면, 겉모습은 분수경제로 포장했으나 낙수효과에 의존하는 정책임을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세법개정안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낙수경제에 의존하고 있다. 첫째, 세금감면을 통해 기업이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주거나,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세제혜택 때문에 임금을 올리거나, 사내 유보금을 배당과 임금 상승 쪽으로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둘째, 세금 혜택이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집중되어 소액주주에게는 세금감면의 효과가 거의 없고 재벌 총수 등 대주주에게 수백억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전형적인 낙수효과다. 셋째,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을 높여주는 것이 경제 활성화에 매우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으로 인하여 세금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500만 명 정도의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

또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은 강남 3구 중심의 부동산시장을 띄워 우리나라 전체의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켜보려는 의도이다. 사실상 가계부채를 늘려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으로 이는 분수경제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다. 특히 집값의 완만한 하향안정화나 전세가격 안정 등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과는 거리가 먼 낙수효과만을 노린 정책이다.

분수경제가 성공하려면, 막연히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시장의 역기능을 능동적으로 규제하고 사회전체의 상생과 균형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최경환노믹스’가 진정한 분수경제를 지향한다면 세법개정안,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국회에서 여야당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다. 낙수경제가 명백한 데 분수경제로 읽어달라는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하기 전에, 국회에서 논쟁하여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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