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아베랠리 기대 속 '나쁜 엔저' 우려 솔솔

■ 엔달러 환율 85엔 돌파<br>내년말까지 증시 활황 불구<br>무제한 양적완화 지속 땐 국가 신뢰도 등 큰 타격<br>외국인 대거 매도 가능성


경기부양에 사활을 건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 출범과 함께 엔화약세와 일본증시 강세 흐름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 20년 이상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격적인 부양책을 전면에 내세운 아베 총리의 공식 취임에 26일 엔화가치는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85엔선을 돌파하고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9개월 만에 1만200선을 넘어섰다.

총선 전부터 일찌감치 시작된 이 같은 기류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정권이 적어도 참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7월까지는 가시적인 경기회복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적으로 돈을 풀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일본은행이 공개한 11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중앙은행 내에서도 이미 금융완화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앞서 아베 총재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90엔까지 떨어져야 한다며 사실상 환율 '가이드라인'을 직접 언급해 외환시장의 엔저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노무라증권의 이케다 유노스케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내년 봄 엔저 추세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오는 2013년 말에는 환율이 달러당 88엔까지 오를(엔화가치 하락)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당 90엔 돌파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UBS은행의 이노우에 히로쓰구 외환딜러는 "지난 2011년 4월에 기록한 전고점인 85.50엔이 깨지면 2010년 5월 수준인 달러당 95엔선까지 엔저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엔화약세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하는 주가지수에 대해서도 강세론에 힘이 실렸다. 다이와증권의 히비노 다카시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닛케이주가는 아베 정권의 부양책에 힘입어 30% 가까이 올라 1만3,000선에서 고점을 찍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에는 (아베 정권처럼) 디플레이션 탈출을 약속한 정권이 없었다"며 "바로 그 점이 이번에 증시를 낙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유도하는 엔저와 증시호황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일본경제는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고 가계소득과 소비가 늘어나 경제가 활력을 찾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하게 된다. 이것이 아베 정권이 그리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개월간 엔저와 증시호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내년 하반기 이후의 방향성을 자신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장기적인 경제 선순환 기대보다는 '나쁜 엔저'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구마가이 미쓰마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아베 내각이 재정규율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정부가 무분별하게 돈을 뿌리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국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나쁜 엔저'가 발생한다면 일본경제가 경기하락의 와중에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통화가치 상승은 개입으로 저지할 수 있지만 통화약세는 외환보유액 한도 안에서밖에 대응할 수 없으므로 자칫 엔화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시장상황이 일본경제가 침체에 빠지기 직전인 1995~1996년의 재연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인터넷판은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던 1995년 당시 정부의 대규모 엔고ㆍ경제대책을 계기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주가가 급등했지만 엔저를 호재로 삼아 주식을 산 외국인이 엔화약세가 지속되자 대거 매도로 돌아서면서 증시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의 체질개선 없이 엔저에만 의존하는 증시호황은 한계에 부딪친다는 얘기다.

당시 엔화는 1995년 4월의 달러당 79엔에서 9월 104엔으로 떨어졌으며 이후에도 약세를 이어가 1998년 147엔까지 하락했다. 반면 증시는 1996년 6월 2만2,600선을 정점으로 1998년 10월 1만2,800대까지 하락했다. 재정효과가 떨어진 1997년 일본경제는 2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침체로 빠져든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