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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인사이드] 웰빙 마케팅의 허와 실

'천연재료' '무첨가'면 무조건 좋다?



한국야쿠르트 '브이푸드' 천연 원료 내세워 대대적 광고
제약업체 "합성 제품이 하자 있는것 처럼 비춰진다" 발끈
'천연이 낫다' 보장 없는데 '합성=몸에 해롭다' 인식 만연
"지나친 경쟁으로 혼란만 부추겨… 수위 조절 필요" 지적


최근 한국야쿠르트와 제약업체 사이에서 비타민 제품을 놓고 설전이 오갔다.

논쟁의 제품은 지난 4월 한국야쿠르트가 출시한 '브이푸드(Vfood)'.

논란은 한국야쿠르트가 브이푸드를 천연원료에서 비타민을 추출한 '천연원료비타민'이라고 광고를 한 데서 시작됐다. 톱 배우 고현정은 문제의 브이푸드 광고에서 "비타민은 천연 원료가 아니면 절대 안 먹는다"고 단언한다. 한국야쿠르트는 천연 재료에서 비타민 원료를 추출한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합성비타민을 만들어왔던 제약업체들은 "우리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발끈하고 있는 상태.

광고 덕분인지 일반 비타민제 가격의 2배 수준인 브이푸드는 일 매출이 2억5,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나올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브이푸드로 불거진 천연재료의 효용과 가치는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브이푸드를 보면 최근에 웰빙 트렌드를 숙주 삼아 식품업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천연, 무첨가 마케팅의 허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천연ㆍ무첨가 마케팅의 명암= 그 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비타민하면 으레 합성원료로 만든 '합성 비타민'을 의미했다. 고가의 가격이나 제조 방식 등 때문에 천연원료 비타민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야쿠르트가 비타민 원료의 96%를 과일, 해조류 등 천연원료에서 추출한 이른바 '천연원료비타민'인 브이푸드를 들고 나왔다.

한국야쿠르트는 브이푸드 출시로 합성 제재 밖에 없던 비타민의 카테고리를 세분화시키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천연원료 비타민이 합성 비타민과 함께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며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천연원료 비타민을 먹겠다는 고객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약업체들은 브이푸드가 '합성원료=몸에 해롭다'는 편견을 식품 시장에 이어 비타민제 시장에까지 이식(移植)시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도 천연원료비타민과 합성비타민의 효과 차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천연원료비타민이 확실히 낫다는 보장은 없다는 얘기다.

천연원료로 만들었든, 합성원료로 만들었든 간에 비타민의 화학구조는 같고, 제조방식의 차이가 그대로 제품 질의 차이를 담보하진 않는다는 게 현재까지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천연원료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고가의 천연 제품을 내놓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부 제약업체들이 제기하고 있는"한국야쿠르트가 천연원료를 100%쓰지 않고서 '천연'이란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역으로 보면 '천연'에 대한 일종의 콤플렉스가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천연원료비타민이란 표현을 썼더라도 비타민을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량의 합성물질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천연 제품은 기술개발과 설비 투자 등에 나서는 업체의 노력과 소비자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나온다는 점에서 평가해 줄만하다"면서도 "하지만 마케팅 방식이 합성원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중시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조장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합성원료에 대한 오해 키울까' 우려=합성원료에 대한 소비자의 편견은 참으로 끈질길 정도다. 이번에 브이푸드로 재미를 보고 있는 한국야쿠르트는 얼마 전만해도 천연 마케팅의 또 다른 버전이라 할 무첨가 마케팅의 피해자였다.

올 초 사회 이슈화됐던 L-글루타민산나트륨(MSG)이 들어간 롯데라면을 만든 업체가 바로 한국야쿠르트다. 당시 MSG는 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농심 등 라면 업체뿐만 아니라 상당수 제과업체들이 사용하지 않고 있었지만, 라면 후발 업체로서 맛으로 승부를 보려 했던 롯데라면은 MSG를 넣었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MSG는 식품감미료의 일종으로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식약청의 공식 입장이었다.

그러나 'MSG라면'의 파장은 컸다. 한국야쿠르트는 소비자의 강고한 선입견에 막혀 결국 롯데라면에서 MSG를 빼야만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여론의 관심이 라면과 과자로만 쏠린 탓에 현재까지도 육포나 이온 음료, 자양강장제 등 눈길이 덜 가는 제품에는 MSG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 MSG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해와 식품 기업들의 부화뇌동, 그리고 빗나간 정의감에 몰입한 일부 언론의 과도한 문제제기가 빚어낸 기현상이다.

그러나 정량만 쓰면 안전에 문제가 없는 합성원료에 대한 소비자의 편견이 강화된 데는 식품업체들의 이중적인 잣대 적용도 한 몫하고 있다. 자사 제품이 천연원료로 만들어진 때는 합성원료가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대응하고, 타사가 무첨가 마케팅을 하면 첨가제 등에 문제는 없다며 발끈하는 식이다. 지난 3월에는 한 제과 업체가 식약청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이 껌 원료로 허용한 초산비닐수지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광고를 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겨 물의를 빚기도 했다.

천홍진 CJ제일제당 부장은 "식품 업체들이 '무첨가 마케팅'을 자제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또 다시 흑백논리를 들고 나오곤 한다"며 "소비자의 첨가물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하기 앞서 식품업체들도 마케팅에 있어 수위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케팅 부작용 막아야=식품 전문가들은 웰빙 바람에 따라 천연 마케팅이 향후에도 업계를 지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합성원료에 대한 오해가 양산되기 쉬운 환경임을 뜻한다. 그만큼 합성원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업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노회진 오리온 식품안전센터팀장은 "미국에서는 천연 첨가물이나 천연 색소를 오히려 위험하게 생각한다"며 "합성첨가물의 경우는 여러 기관의 안전도 검사를 통과해 안전한 측면이 있어 국내 일부 제품의 경우 수출할 때는 국내에서 안 쓰는 합성원료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부 천연재료에도 아미노산에 나트륨이 결합된 MSG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화학 물질을 사람이 만들면 합성보존료가 되는 거고, 그대로 쓰면 천연식품"이라며 이분법적 관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첨가물에 대한 과민반응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점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천연 비타민제는 합성 제재에 비해 원가가 1.5배에서 2배까지 올라가고, 첨가물 양이 적은 과자의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가격 오름폭이 작긴 하지만 원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한 전문가는 "천연 원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 자체는 기술진보의 결과물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지나친 무첨가 경쟁이 불필요한 자원과 감정의 낭비를 낳고 있지 않은 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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