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부정이 다시 불거지며 미국 금융당국이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이 자국 내 미국계 회계법인 4곳에 대한 강력한 제한조치로 선제공격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중국 재무부는 언스트앤드영ㆍKPMGㆍ딜로이트ㆍ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 중국에 진출한 미국계 회계법인 '빅4'에 대해 외국인 공인회계사 비율을 오는 8월까지 전체의 40%로 줄이라는 지침을 내놓았다. 또 오는 2017년까지는 이 비중을 20%까지 낮추고 3년 내 중국법인 운영진도 모두 자국인으로 교체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조치로 빅4 회계법인들은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는 물론 일반 회계사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에도 나서야 하는 등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베이징대 경영대의 폴 길리스 객원교수는 "20년 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래 외국인 경영진이 포진했던 빅4 입장에 이번 조치는 가혹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이 모두 중국인으로 교체될 경우 빅4는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중국 재무부가 빅4에게 칼을 빼든 것은 최근 재연되고 있는 미국과의 회계분쟁 때문이다. 지난 9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딜로이트 중국법인의 회계부정으로 이에 투자한 미국인 고객이 손실을 입었다며 관련 고객 명단을 제출하라고 명령했지만 딜로이트 중국법인은 국내법에 따라 고객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양국 간 회계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자 중국이 먼저 행동에 나선 것.
중국 회계법인의 부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은 지난해 자국에 상장된 중국 회계법인이 기업에 유리하도록 감사 결과를 조작했다고 경고한 끝에 지난해 5월부터 3개월간 미 증시에 상장된 연구개발(R&D) 기업 둥난룽퉁(東南融通) 등 24개 중국 기업에 상장폐지 또는 거래중단 조치를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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