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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교정의 봄
입력1999-03-11 00:00:00
수정
1999.03.11 00:00:00
安炳璨(경원대 교수)교정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봄이 오고 개강을 했기 때문이다. 교정에 새로운 풍속이 정착했다. 비탈길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생겼다. 짜장면의 풍미를 교정으로 나르기에 배달원의 「철가방」이 부산하다. 아직 잔디위에서 짜장면을 들기에는 이르지만 그 질주가 봄의 전령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봄에 대학생들이 느끼는 봄의 소리는 어떤 내용일까 탐문해 보기로했다. 시간을 구획할때 굳이 사계절 가운데 봄을 한해의 시작으로 잡는 이유를 자문하는 대학생이 있다. 그는 희망과 힘을 말한다. 『한해 한해가 모여 삶 전체를 이룸으로 봄이주는 그저 막연한 희망감만으로도 새로이 시작하는 힘이 생긴다』고 시작의 의미를 새긴다.
봄이면 습관적으로 병을 앓을 준비를 하는 젊은이도 있다. 『봄은 내 삶의 자잘한 생채기들을 자극하여 습관적으로 병을 몰고 온다』는 것이다. 청춘들이니 꿈과 설레임이 없을리야 있겠는가. 가슴 설레임으로 봄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여기는 젊은이도 있다. 강렬한 음향을 이용하여 원시적인 생명력을 표현한 스트라빈스키의「봄의 제전」을 듣는 대학생에게는 봄을 맞는 삶이 「조용한 혁명」인양 느껴진다. 외로운 봄이기도하다. 그래서 사랑이 있다.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볼때, 제대로 된 사람을 시작하기 위해 이봄에 나는, 삶의 시작으로서의 사랑을 시작해보련다.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가 저기에 있지 않은가』하고 사랑을 약속한다.
벌써 작년의 봄기운이 꺾인 대학생도 있다. 짝사랑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봄기운에 취해살던 작년의 기억들은 망령의 되었다. 그래서 『삶을 담기엔 봄은 너무 잔인한 계절이다. 올해 새로운 봄이 오기까지 결국 남은건 그렇고 그런 추억들 밖에 없으니까』하고 낙심한다.
그런데 지금은 봄이라는 계절에서 무게를 느끼는 대학생이 더 많이 보인다. 4학년이 될 수록 그렇다. 『인간은 살아있는 존재이기 보다는 살아가는 존재이고자 하므로 봄은 가장 무거운 계절이고, 그래서 나의 삶은 지금 가장 무겁다』
『신입생들의 술렁거림과 들뜬 마음과는 정반대로 나에게는 다가온 1999년의 봄이 무겁기만 하다』는 대학생은 졸업후의 중압감으로 꿈 빛이 바랬다.
이런 봄의 소리들이 교정에 널려있다. 국제통화기금체제는 「쉰세대」한테만 절망을 준것이 아니다. 새 세대에게도「마지막 봄」이라는 위기감을 주고 있다. 봄은 다른 어느때보다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그들은 준비를 마치고 낯선곳으로 떠나면서 하나의 경제 주체로서 독립하여「나의 시작」을 알릴 수 없다.「봄과 삶」을 진술하면서 「세기말의 봄」앞에 교정의 대학생들은 좌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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