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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로 한 것은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탓에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기 위해서다. 또 창조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근혜 노믹스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송통신 관련 업무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돼야 한다는 당위성도 알리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3일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뉴미디어(케이블ㆍ위성방송)와 인터넷TV(IPTV) 분야 등 이른바 비보도 방송 관련 업무를 놓고 여야 원내대표가 직접 만났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과 관련해 비보도 방송 분야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길지,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길지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또다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비보도 방송 분야의 미래부 이관은 창조경제의 핵심사안으로 방송 공정성과 상관이 없다"고, 민주당은 "방송의 인ㆍ허가권과 광고라고 하는 목줄을 쥐어 방송 장악을 해 보려는 꼼수"라며 자기 주장만 펼쳤다.
이날 회담 이후 민주당은 원내현안대책회의를 열어 미래부 신설을 제외한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일체를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거부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제안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책임을 청와대에 넘기려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도 정부조직 개정안 논의에 진척을 이루지 못하면서 5일까지로 돼 있는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조직 개정안의 처리를 위해서는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시국회를 한 달 더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여야 모두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양당 원내대표 간 협상 타결 불발로 오후2시로 예정됐던 박근혜 대통령, 여야 대표 간 회동도 성사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놓고 청와대와 여야 간 험한 말이 오가는 등 실타래가 더욱 꼬여가는 형국이다. 급기야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조직개정안 표류에 관한 입장 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회담 불발 뒤 브리핑을 갖고 "국민을 위해 국회와 대통령이 존재하는 것이고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놔야 하는데 야당에서 대통령의 회담 제안을 거부했다"며 "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산적한 국정현안들의 발이 묶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회담을 발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야당을 토끼몰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여야는 이날 협상에서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방안에 야당이 협조하고 방송 공정성 분야를 정부 측에서 담보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 접근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회기 내 극적 타결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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