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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담뱃값 인상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의사

배덕현 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과 초빙교수

담뱃값이 지난 2004년 12월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오른 후 10년 만에 다시 오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2,000원 인상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회는 1,000원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담뱃값은 노르웨이가 13.3달러인 반면 우리나라는 2.11달러로 하위 그룹에 속한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성인 흡연율은 22.9%로 OECD 평균 21.1%와 큰 차이가 없지만 남성 흡연율은 40.8%로 OECD 평균 25.9%를 훨씬 웃돈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찬반 주장을 싣는다.

● 찬성-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의사

직간접 흡연으로 연 5만명 이상 사망

세수 증가분, 금연지원 위해 사용해야


우리 국민의 사망 원인 1위는 암, 2위는 뇌혈관질환, 3위는 심혈관질환이다. 이 세 가지 질병들은 의료비가 많이 들고 치료하더라도 완치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이 세 가지 질병과 희귀난치성 질환을 4대 중증질환으로 규정하고 많은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국민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세 가지 질병 모두 흡연이 주된 위험인자로 밝혀져 있다는 점이다. 사후약방문 격으로 중증질환에 걸린 후에 많은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병의 원인이 되는 담배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 경제적 측면이나 국민건강증진 측면에서도 효과적인 정책이 아니겠는가.

그럼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정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담뱃값 인상이다.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정부가 국민건강 측면보다는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세수를 충당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매년 담배를 통해 국민건강증진기금을 1조원 이상 조성하고 있으나 현재 2%에 못 미치는 예산만이 직접적인 금연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수는 흡연자의 금연 지원을 위해 사용해야만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금연보조제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이 없어서 흡연자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하루빨리 금연보조제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 또는 이에 준하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이 담배의 해악을 일찍부터 깨닫고 아예 담배에 접근하지 않도록 TV나 라디오·동영상을 이용한 금연 캠페인, 학교흡연예방사업 등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간접흡연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과 예방사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담뱃값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담뱃값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께 국가가 담배를 서민의 생필품으로 여기고 가격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담배의 해악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는 것도 검증된 사실이다. 그럼 국가가 담뱃값을 올려 저소득층의 금연을 유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담뱃값 인상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서민들은 국가에서 담배를 끊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서민들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낮은 담뱃값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가가 서민들의 건강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다만 국가는 높은 가격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서민들에게는 금연약을 포함한 금연보조제를 무료로 공급하고 보건소마다 운영하는 금연 클리닉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방문 서비스 등도 개발해야 한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5만8,000명이 직간접적으로 흡연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까지 올리겠다고 주장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담뱃갑에 경고그림 도입, 포괄적 담배광고 금지 등 비가격정책도 병행 추진해야 한다. 지난 십 년 동안 반대 논리에 주저앉았던 담뱃값 인상이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기를 희망한다.

● 반대-배덕현 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과 초빙교수



인상 필요성 설득하는 '소통 노력' 부재

지출규모·용처 상세히 밝히는 것이 우선


최근 '담뱃세 인상'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감자다. 선봉에 선 보건복지부는 오는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9%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담뱃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980년대부터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던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인상 후 흡연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사례들도 제시됐다.

반면에 담뱃값이 8달러 정도로 우리나라의 3배 이상인 프랑스는 성인 흡연율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23% 수준이고 멕시코는 담뱃값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성인 흡연율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라는 사실 등을 근거로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 감소 사이에 명백한 상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짚어볼 점은 복지부의 주장대로 '담뱃값 인상=흡연율 저하'라는 공식이 유효하더라도 담뱃세 인상의 정당성에 대해 여전히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담뱃세 인상으로 직접적인 부담을 떠안게 될 흡연자들에게 복지부가 인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소통 노력'의 부재가 문제다. 2013년에 담배 판매로 조성된 1조6,000억원가량의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기금 조성의 본래 목적인 금연사업에 사용된 액수는 전체의 1% 정도인 243억원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복지부는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흡연율 저하 효과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향후 담뱃세 인상으로 확충되는 재원의 규모와 흡연자를 위해 사용할 지출 규모 및 용처를 먼저 소상히 밝히는 것이 순서다. 단순히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면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을 메꾸려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더욱이 1갑에 2,500원짜리인 담뱃값에서 62%나 되는 1,550원이 세금과 준조세인 부담금이라는 점에서 담뱃세 인상은 결과적으로 우회 증세의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세 부담자인 흡연자들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생략된 점은 정부 스스로 담뱃세 인상의 정당성에 큰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정부가 진정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세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면 1천~2천원의 인상 폭보다 흡연율 감소 효과가 명확히 나타날 수 있는 대폭적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취지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서민부담 경감을 내세워 1천~2천원 수준의 인상에 그친다면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대의명분 역시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서민을 고려했다면 애초부터 담뱃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는 것이 맞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전체 흡연율은 OECD 평균(20.9%)을 조금 상회하는 23.2%다. 그런데 복지부는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삼으면서 성인 흡연율이라는 지표 대신 '남성'만을 추려 성인 '남성' 흡연율이라는 지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여성 흡연율이 세계 최저 수준(5.1%)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건강'에 있어 남녀유별(有別)은 선뜻 납득이 안 된다. 이번 담뱃세 인상은 이미 그 자체에 정당성에 대한 논란의 소지를 잉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담뱃세 인상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면 또 다른 '불통(不通)'의 오명이 더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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