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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한명숙 환경부 장관
입력2003-07-27 00:00:00
수정
2003.07.27 00:00:00
“우리 환경관련 업체들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환경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
이달 초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중국을 다녀온 한명숙 환경부 장관은 “국내 환경기업 들이 중국 특수를 누릴 수 있도록 환경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사업의 재계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서 한 장관은 “법원의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인 3개월, 늦어도 6개월 내에 용지의 활용 방안 등 구체적인 대안을 정해야 한다”며 “앞으로 새만금 간척사업 같은 환경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각종 사업의 구상ㆍ계획ㆍ설계 등 초기단계부터 제도적으로 환경영향 평가를 할 수 있는 `전략환경평가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새만금 사업을 시작한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지적도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제 새만금 문제는 간척사업을 중단하느냐 계속하느냐를 놓고 논의를 할 때가 아닙니다. 전면 백지상태라면 사업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실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새만금 문제의 기본적인 방향은 전라북도가 경제적으로 너무 소외돼 있기 때문에 전라북도의 경제적 발전을 고려하면서 환경도 살릴 수 있는 `최대 공약수` 지점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법원이 새만금 간척사업을 일시 중단하라는 결정이 있었고 최근에는 새만금 지역을 농업용지만이 아니라 관광ㆍ산업 단지 등으로 개발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제 어느 지역은 농지로 할 것인지 어느 지역은 관광 단지로 할 것인지 등 각종 대안을 가지고 논의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런 대안을 가지고 이해 당사자들이 논의를 하다 보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환경부는 현재 새만금 간척사업 중인 것을 다 허물고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환경부는 새만금의 수질이 보장되느냐가 가장 큰 관심 분야입니다. 하지만 새만금의 수질 문제는 쉽지 않은 사항입니다. 새만금 사업의 추진이 어렵기 때문에 해수유통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새만금사업특별위원회에서 해수유통을 할 것인지, 담수화로 추진할 것인지, 부분개발을 할 것인지 등 여러 안을 놓고 조만간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 결과가 빨리 재판부에 전달되어야 할 것입니다. 2~3개월 후면 본안 판결이 나오니까 그 이전에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안되면 재판부에 연기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길어도 5~6개월 내에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도권 대기질 특별법이 올해 제정되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수도권 대기 개선을 위한 특별법을 연내 제정하기로 지난 22일 국무회에서 발표했습니다.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입니다. 환경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이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것은 크게 자동차와 사업장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오염 비율로 볼 때 자동차로 인한 오염이 사업장보다 두 배 이상 많습니다. 이번 특별법을 통해 자동차에 대해서 자동차 제작사는 저공해차 제작을 의무화하고, 공공기관과 사업자는 이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하여 저공해 자동차 보급을 확대하는 등 저감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또 사업장의 경우 현재 환경부가 제안한 1~3종 규제 사업장은 총 467개입니다. 이 중에서 1종 사업장은 제일 큰 것이 15개의 발전소인데 지역난방ㆍ유리ㆍ제지화학 등입니다. 1종의 116개 사업장은 산자부와 오염총량제를 실시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지난 7월초에 노무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수행을 계기로 한ㆍ중 환경장관회담을 갖는 등 여러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북경이 오는 2008년 올림픽 등 여러 국제행사를 대비해서 환경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한ㆍ중간에 환경장관회담을 갖고 양국 환경산업 협력의 확대를 위하여 한ㆍ중 환경산업투자포럼을 올해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중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고, 제 5차 3국 환경장관회의를 11월1일부터 이틀간 북경에서 열어 환경현안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한 환경기초시설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중국측에서 시범사업 1~2개를 발굴해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환경산업이 미래의 전략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환경산업은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고려하는 윈윈전략으로 매우 중요한 사업입니다. 이번 대통령의 중국방문 때도 제가 직접 대통령께 우리 환경 관련 기업체들이 함께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것을 부탁 했습니다. 이번 중국 방문은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중국은 선진국에 비해서 가격이 80%수준 밖에 되지 않는 우리 환경제품의 기술수준을 높이 인정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중국 내에 `환경전시관`이 20개 만들어졌고, 특히 환경기업들은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실적이 작년에 비해 급격히 향상되는 등 고무적인 분위기였습니다.
환경부는 환경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여러 가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북경올림픽(2008년)ㆍ서부대 개발 등 중국 환경 특수를 겨냥해서 북경에 설치ㆍ운영중인 `한국환경기술전시관`을 중심으로 5대 거점도시 진출을 추진하고, 해외진출 원스톱 지원센터 설치 및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 확대 등 현지 진출 기반을 강화할 것입니다. 또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환경산업협력단`을 중국ㆍ몽고 등 국제전시회에 파견해서 우리 나라의 우수한 환경기술을 적극 홍보하겠습니다.
-새만금 문제나 북한산 관통도로 등 대규모 국책사업과 관련한 갈등문제가 적지 않은데 어떻게 풀어나가실 것입니까.
▲제가 환경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환경문제를 미리 해결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환경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경기술을 어떻게 첨단화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부는 이 부분을 전략적으로 적극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음으로는 느끼는 점은 환경부가 환경문제 등에 대해 개입할 수단이 환경영향평가 등 외에는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제한이 있습니다. 새만금 사업 등 여러 갈등사항을 구상ㆍ계획ㆍ설계 등의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평가했다면 사회적 비용도 들지 않고 국민적 혼란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전략환경평가제도`를 적극 도입할 계획입니다. 전략환경평가제도는 계획 과정의 최하위수준인 개별사업에 대해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와는 달리 사업의 구상ㆍ계획ㆍ설계 단계에서부터 평가를 제대로 내리려는 것입니다. 현재 용역이 진행 중인데 내년에 가칭 `전략환경평가법`을 제정하는 등 법제화를 통해서 행정수도 이전 사업 등에는 반드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 정부에서도 장관이 되셨는데 환경부 장관으로 지내시면서 느끼시는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여성부는 규모와 분야가 작지만 환경부는 여성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가 많고 분야가 넓어서 업무 파악이나 정책방향을 세우는 등의 업무가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타 부처와의 관계에서 조정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측면과 국민의 참여와 대화 및 토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과거에 여성부 장관 때 했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정리=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 발자취
한명숙 환경부 장관은 우리 역사가 독재정권으로 인해 질곡을 겪던 1970년대부터 밑바닥부터 사회를 바꾸기 위해 현장으로 뛰어든 실천적 운동가 출신이다. 1974년 한국크리스챤 아카데미 간사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옮기기 시작했고 근로자들을 위해서 야학과 빈민 가정 방문 등 이 땅의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기도 했다. 1979년에 소위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으로 구속돼 2년간 징역살이를 하기도 했다. 25세에 남편과 결혼했지만 6개월 만에 남편이 시국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징역 별거`에 들어갈 수 밖에 없던 한 장관은 “부부가 함께 징역살이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한다고 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초대 회장을 거치는 등 여성운동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그는 여성부의 초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보육사업 활성화, 모성보호법 국회 통과, 양성평등채용목표제 도입 등 굵직굵직한 정책을 펴면서 소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NGO에서 환경분야에서도 활동했던 그는 참여정부의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서 경제부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대기질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를 주요 경제정책으로 채택한 참여정부에서 한 장관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환경정책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944년 평남 평양 출생
▲이화여대 불문학과 졸
▲한국신학대학 선교신학대학원ㆍ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 석사
▲한국여성민우회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
▲제 16대 국회의원, 민주당 여성위원장
▲초대 여성부 장관
■ 내가 본 한명숙 환경부장관 - 장필화 이화여대 대학원장
한명숙 장관을 선배이자 친구로, 동학으로 그리고 여성운동의 동지로 30여년간 그의 삶의 행로를 지켜본 필자가 짧은 글 속에서 한명숙 장관의 진면목을 그려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그의 인품이 풍부하고 역동적이며 생(生)이 부단한 변화와 발전 속에서 새롭게 변화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대학 초년생시절 처음 만난 한명숙 선배는 마음 좋고 믿음직한 선배일 뿐, 그렇게 굉장한 사연과 저력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전혀 가늠하기 어려운 분으로 비쳤다. 그만큼 그는 조용하고 겸손하면서도 온유하고 인정스러운 사람이었다.
한 장관이 여성단체연합의 대표로 일할 때 자신이 하는 일을 `쓰레기통에서 통일까지`라는 한마디 말로 압축하여 표현하곤 했다. 한 장관은 그 말을 있는 그대로 실천해내려고 새롭게 제기되는 수많은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철저히 연구하느라 하루 하루가 너무 짧은 것을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계속 새로운 일을 벌릴 수 있었던 것은 어떠한 교조주의에 닫혀있는 것이 아니라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의지와 과감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명숙 장관은 강한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해내면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수많은 갈등과 부대낌에도 불구하고 누구를 비난하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그는 품이 넓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긍정적 사고방식과 낙관적 삶의 자세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치열하게 살아오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많은 NGO 활동가들이 그렇지만 한 장관이 여성운동단체의 대표 역할을 하던 시절에는 보수는커녕 활동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을 견뎌냈다. 그는 자신의 가난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지만 그것을 자랑하지도 않았으며 다른 여유있는 사람들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필자는 한명숙장관의 진솔함, 정직함, 그리고 실천의 한 복판에서 요구되는 전문성을 무서운 속도로 축적할 수 있는 총체적 능력에 항상 새롭게 감동을 받고 우리에게 이런 지도자가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대담: 윤종열 사회부장 yjyun@s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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