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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분양권 전매 브로커 활개
분양권 해지 대신 개인파산 위험자에 떠넘겨미분양 사태 불러 다른 입주자에 애꿎은 피해실태 파악 어렵고 형사 처벌도 쉽잖아 골머리
진영태기자 nothingman@sed.co.kr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관련 카페에 올라와 있는 아파트 분양계약 해지 상담 안내문.
"모든 지역 아파트 분양권 100% 해지 가능합니다." "변호사∙법무사도 못하는 분양권 해지 해결해드립니다."(한 인터넷 포털 게시판)
불법∙탈법적인 아파트 분양권 전매로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생긴 아파트 분양권을 개인파산 직전 상태의 신용위험자들에게 전매해주는 브로커들 때문이다. 지불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분양권이 넘어갔기 때문에 아파트가 사실상 미분양 상태가 돼 버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와 다른 입주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량 미분양이 발생했던 경기도 고양 식사지구 등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된 아파트 분양권에 대한 불법 전매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매제한 완화로 분양권 거래가 가능한 단지들에 이 같은 전매 행위가 잇따르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불법 분양권 해지 어떻게 이뤄지나=아파트 분양권은 계약 후 중도금 납입이 이뤄지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브로커들의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전매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계약자의 분양권을 해지하는 대신 이를 브로커가 모집한 개인파산 직전인 사람이나 노숙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미분양 단지의 경우 입주 전까지는 특히 대부분 무이자 융자로 중도금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노출되지 않다가 입주 시점에서야 주인 없는 깡통 분양권임이 밝혀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은 분양권 투자자에게 1,000만~2,000만원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건설사의 관계자는 "이 같은 방식으로 분양권이 넘어가면 입주 시점에서야 문제가 드러난다"며 "심지어 수도권 아파트에 갑작스럽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방의 할머니∙할아버지가 분양권 매수자가 돼 있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매 완화가 문제 더 키워=이 같은 불법 거래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데는 정부의 전매제한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10 부동산 대책으로 택지지구를 포함한 상당수 아파트가 분양권 상태에서 전매가 가능해지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진 지역이 이들 브로커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 영종하늘도시 아파트들이다. 상당수 브로커들이 인터넷 포털을 통해 영종하늘도시 내 주요 단지를 대상으로 분양권 해지 상담 카페를 만들어놓고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벌 근거 모호하고 실태 파악조차 안 돼=이처럼 불법적인 분양권 거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관련 사실을 아직 파악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표면적으로는 분양권 인수자 대부분 신용불량자가 아니어서 처벌 근거조차 모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거래지만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파악된 사례는 없다"며 "신용이 없는 사람은 은행권의 대출 승계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아파트대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는 매수자를 소개한 브로커는 사기죄로 처벌될 수도 있지만 매도자 역시 지불 능력이 없는 경우라면 형사 처벌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다만 분양권 해지는 법률에 따른 계약 업무로 공인중개사나 일반 컨설팅업자가 할 수 없는 것으로 변호사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분양권 매도자 역시 잔금 지불 능력이 없다면 어차피 미분양이 될 아파트여서 피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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