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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재계 경기전망서 해법까지 ‘따로따로’
입력2003-06-13 00:00:00
수정
2003.06.13 00:00:00
임석훈 기자
`불씨 하나를 놓고 해석이 엇갈린다. 불이 번진다는 해석과 불씨일 뿐이라는 평가다. 불씨를 살리기 위한 부채질이 있는가 하면 찬물을 끼얹는 경우도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상황이 꼭 이렇다. 미국 경제의 회복 조짐과 카드채 불안 해소, 금리인하, 추경예산 편성 등이 맞물려 경제 회복 기대가 일고 있지만 경제 주체들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와 기업은 저마다 상대에 대한 불만이다. 겉으로는 똑같이 투자환경 개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정부는 기업을 못 믿고 기업은 정부를 불신한다. 기업과 정부가 손을 잡고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게 선결과제라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ㆍ기업 따로 논다=경제의 양대축인 정부와 기업이 따고 가고 있다. 겉으로는 신뢰와 합심을 말하지만 경기 전망에서 해법에 이르기까지 불협화음이다.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방문을 기점으로 형성되는 듯 했던 새 정부와 재계의 상호신뢰도 지속되지 않은 분위기다. 재벌개혁 등 특정분야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최근 들어 연이어 나온 금리인하와 추경예산 편성 등 재정ㆍ금리정책에 힘입어 하반기 경제가 되살아 나고 연간으로는 경제성장률 4%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올 성장률 전망은 연 2.9%에 불과하다.
경제난국을 풀어나가는 해법에서도 입장과 시각차가 존재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편성 이외의 재정정책 가능성을 적극 부인하며 건전재정 유지를 강조하지만 재계는 추가적인 재정ㆍ금융대책과 조세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확대문제에서도 정부와 재계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부는 조금씩 나아지는 듯한 현재의 분위기에 기업의 투자확대가 뒷받침되면 경제회복 속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며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는 기업들은 내심 원망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정부가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칠 뿐 정작 필요한 제도 개선이나 규제완화 의지는 없다고 항변한다. 전경련이 최근 발표한 외국기업과 국내기업의 역차별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들, 정부정책 불신=기업들은 특히 `예상가능한 정부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일관성있고 신뢰가능한 정책이 없다는 것. 정부 경제부처가 합동으로 경제회생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한편에서 기업의 투자마인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벌개혁 추진이 발표되는 상황에서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조흥은행 매각을 둘러싼 청와대와 재경부의 혼선, 재벌개혁 및 불공정거래 조사 강화에 대한 총리실과 재경부,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 차이, 수입영화의 상영제한일수를 규정한 스크린 쿼터에 대한 재경부와 문화관광부의 견해차 등이 일관성없고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해법은 신뢰회복이 최선=전문가들은 경제에 앞서 신뢰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3일 정부와 한은, 국책ㆍ민간경제연구소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거시경제 점검회의에서도 정부정책의 신뢰와 확실한 방향 제시가 급선무로 꼽혔다. 경기전망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정부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조심스러운 견해를 나타냈다. 특히 규제완화와 기업투자 활성화 유도가 절실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위적인 부양책보다는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며 기업의 어려운 점, 애로 사항을 들어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가 필요하며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감세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은 재정확대 정책 일변도의 일본과 감세 정책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일본과 미국의 실패ㆍ성공사례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활성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는 일관성 있는 노사정책이 지목됐다. 김박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계경제연구센타소장은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선 대외경제 여건도 중요하지만 정책일관성 부재, 노사갈등 등 내부문제점을 우선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자 환경을 앞장서 조성할 때 경제난제가 하나씩 풀리고 신뢰는 물론 경제리더십도 형성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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