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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동계가 진보에 거는 마지막 기대

'민주노총이 깊은 고뇌에 빠졌습니다. 8시경 중간 브리핑 어려운 상태. 9시 이후 다시 공지하겠음.'

지난 17일 오후7시29분 정동의 민노총 기자실에 있던 기자들의 휴대폰에서 동시에 문자 알림 메시지가 울렸다.

폭행과 경선 부정으로 내홍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와 집단 탈당 여부를 최종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5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민노총의 어떤 관계자와도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기자들은 오직 서면과 e메일을 통한 중간 브리핑 결과에 의존해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날 회의는 무려 10시간 가까이 격론이 이어진 끝에 '조건부 지지 철회'로 결론이 났다. 통진당의 최대 기반세력인 민노총이 집단 탈당은 일단 유보하면서 비례대표 총사퇴 등의 고강도 혁신이 이뤄질 경우 다시금 지지로 돌아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회의 바로 다음날인 18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김영훈 민노총 위원장은 "내 손으로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게 맞는 것인가 고민했다"며 최종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통진당이 노동계로부터,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진보의 이념을 내건 정당으로서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타락한 보수보다 타락한 진보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보수라고 해서 도덕적으로 저열한 것도, 진보라고 해서 윤리적으로 우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통진당은 이념과 무관하게 대한민국 정치의 한 영역을 담당하는 공당으로서 지지자를 포함한 국민을 실망시켰기에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통진당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비례대표 당선자들에게 21일 오전10시까지 사퇴 신고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이를 거부할 경우 출당 조치에 들어간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민노총이 내건 '조건부'라는 단서에 담긴 것은 진보에 대한 노동계의 실낱 같은 희망이다. 통진당은 이를 환골탈태를 촉구하는 엄숙한 경고로 무섭게 인식해야 한다.

노동계조차 외면하는 진보 정당에서 역사가 한걸음씩 나아가는(進步) 희망의 발자국을 발견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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