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 업종이 국제 곡물가격 안정과 원화 강세라는 겹호재에 힘입어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식료주들이 상반기 원료가격 상승에 맞춰 이미 제품가격을 인상한데다 해외시장 매출도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음식료품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92%(33.31포인트) 오른 3,668.46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음식료품 지수는 지난달 초(3,416.09)보다 200포인트 넘게 오르며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별종목들도 대부분 힘껏 날아올랐다. 대상이 4.00%(1,000원) 오른 2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농심(3.97%), CJ제일제당(2.43%), 매일유업(5.95%), 오뚜기(0.21%) 등도 상승행렬에 동참했다.
음식료주의 강세는 최근 국제 곡물가격 하락으로 수입원가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개선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국제 옥수수 가격(10월5일 기준)은 전주보다 1.1% 하락한 부셸당 7.44달러에 거래를 마친 것을 비롯해 소맥(- 5.0%), 대두(-3.1%)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강유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유로존과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조치로 대부분의 상품가격이 상승했지만 유가와 농산물 가격만은 하락추세에 있다"며 "올여름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는 상황인데다 4∙4분기 남반구가 본격적인 곡물 수확시기에 돌입해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상품과 달리 농산물 가격만 하락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점도 음식료주에 호재다.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대부분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음식료 업종의 수입비용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외화부채도 원화가치 상승분만큼 줄어들게 돼 실적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0.7원 오른 1,112원에 마감했지만 지난 7월 초 대비 3% 넘게 하락해 원화강세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가공업체를 중심으로 상반기부터 꾸준히 가격제품을 인상한데다 일부 업체의 경우 해외시장 매출도 호조를 보이면서 투자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빙그레의 경우 '바나나우유' 중국 판매액이 지난해 5억원대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J제일제당도 프랑스 업체와 합작해 말레이시아에 바이오 공장을 설립하면서 해외매출 비중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음식료 업종의 3∙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조6,740억원, 1조2,2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3%, 6.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애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음식료 업종이 가격인상을 단행하면 다시 제품가격을 내리는 일은 드물다"며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며 주요 음식료주들이 해외시장 비중을 확대하고 있어 다른 업종보다 수익 개선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음식료 업종에 대해 긍정적 투자관점을 유지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환율과 국제 곡물가격 등 대외요건 개선으로 원재료 투입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가공식품업들이 앞서 대부분 제품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에 실적 향상 요소가 충분하다"며 "특히 글로벌 경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음식료 업종이 대표적인 경기방어주인만큼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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