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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국가-법치주의-책임정부 구축돼야 정치가 산다

■정치 질서의 기원(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후 더 이상 역사 발전은 없다'(역사의 종언·1992)는 담대한 주장으로 20세기 세계 지식인 사회에 커다란 논쟁거리를 안겨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20년 만에 새 책을 냈다. 이번에는 '정치 발전이란 무엇인가' '어떤 정치가 더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이고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현대사회는 정치적 이해 관계자들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귀족·하급귀족·제3신분·농민이 사회세력을 형성했다면 지금은 노동조합·기업·학생·비정부기구·종교 조직 등이 사회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자유시장과 건강한 시민사회, 대중지성 등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이지만, 이것들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할 때는 외려 성공적인 민주주의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만다. 그 사례는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러시아는 권위주의로 회귀했고, 인도는 부패에 찌들었다. 유럽연합은 재정위기를 앞에 두고도 복지 정책을 쉽사리 축소하지 못했고, 미국은 장기적 재정 문제에 갇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이익집단에 가로막혀 재정 축소나 증세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에 저자는 "그 어느 것도 강력하고 질서 잡힌 정치제도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며 "자유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강력하고 통일된 국가와 그 국가에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강력한 정치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는 정치 발전의 3요소로 국가·법치주의·책임정부를 꼽는다. 일정한 영역 안에서 군사력을 독점하는 국가, 권력이 일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하는 법치주의, 국민 전체를 대표해 선출된 의회에 권력을 배분하는 책임정부 등 이 세 가지 제도적 조건을 완전히 갖췄다면 정치가 발전한 사회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사회마다 이 요소를 갖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 때부터 막스 베버가 이야기한 근대국가의 조건을 대부분 갖췄다. 하지만 황제 한 사람이 주권과 종교를 모두 거머쥐고 있었기에 법치주의의 전통은 존재할 수 없었고 책임 정부 또한 불가능했다. 반면 인도는 법치주의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국가의 힘은 약했다. 인도 역사의 대부분은 작은 왕국과 공국들이 난립해 다투는 상태였고, 강력한 중앙집권은 사실상 이뤄지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왜 서로 다른 정치 발전의 경로를 걷게 됐을까. 저자는 문화, 특히 종교와 사상의 중요성을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종교와 정치는 행동의 변화 유발 요인이며 자제적인 변화 패턴이 있는 것이지, 거대한 경제흐름의 부산물이 아니다"고 말한다. 마르크스가 '아시아적 생산양식'이라 포괄한 인도와 중국은 모두 부계 혈통을 기반으로 한 사회지만 브라만교의 영향 아래 놓인 인도는 중국과 달리 11세기 이후 이렇다 할 국가 체제를 이루지 못했다. 또 유럽의 가톨릭교회는 세속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스스로 위계 조직을 만들었고 이것이 국가를 초월한 유럽식 법치주의의 근간이 됐다.

책은 이처럼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인류 이전 시대에서 현재까지의 정치제도 진화과정을 분석해 풀어놓는다. 부족을 이루고 국가를 형성하는 단계,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의 시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성장은 정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을 고찰하며 앞으로 우리가 어떤 새로운 정치 역사를 써 내려갈지 가늠하는 잣대를 제시한다.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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