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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뒷문 손잡이 밑을 만져 보면 표면이 부드럽지 않고 먼지가 들어 있는 듯 울퉁불퉁하죠. 차 표면에 페인트를 바를 때 진공 상태가 아닌 곳에서 작업해서 그렇습니다. 사고든 흠집이든 문제가 있었다는 표시죠. 자세히 보면 앞문과도 색이 미세하게 달라요. 가격을 깎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중고차를 사러 갔을 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차량의 상태가 정확하게 진단됐는지 소비자는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고가 난 차를 무사고라고 속이는 것은 아닌지, 침수차는 아닌지 걱정될 때가 많다.
지난 25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위치한 중고차 전문업체 SK엔카 수원지점에서는 '차량진단 경연대회'가 열렸다.
전국 26개 SK엔카 직영점에서 중고차를 진단하는 직원들이 모여 누가 중고차의 결함을 더 잘 찾아내는지를 겨루는 행사다. SK엔카는 중고차 품질 향상을 위해 2013년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에는 현대차의 '아반떼 MD'와 기아차의 'K5' 'K7' '카니발', 르노삼성의 'SM5' 등 국산차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의 '비틀' '제타', 캐딜락 'STS', 렉서스 'IS250' 등의 수입차, '포터'와 '라보' 등 화물차까지 총 17종의 중고차가 등장했다. 진단사들은 각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량의 문제점을 잡아냈다.
진단사들은 꼭 차량 전문가가 아니라도 관심과 의심을 통해 나쁜 중고차를 구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단사들은 탐정이라도 된 듯 이곳저곳 차를 살피고 작은 흠집을 단서로 문제점을 집어냈다. 차량 보닛을 열어본 한 진단사는 손전등으로 이곳저곳을 비춰보더니 검정색 얼룩 자국을 근거로 오일이 새는 곳을 찾았다. 김지수 SK엔카 실장은 "오일이 새면 엔진 부품 표면에 검게 눌러 흔적을 남긴다"며 "오일 누수는 수리비만 몇 백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엔진 오일 뚜껑 뒷면에 이물질이 묻어 있는지를 살피고 부동액이나 냉각수 등 각종 용액이 정해진 눈금만큼 채워져 있는지도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엔진룸 볼트가 움직인 흔적이 있는지 등도 꼼꼼히 살펴보라고 귀띔했다.
중고차는 오랫동안 세워두는 경우가 많아 시동을 걸어 RPM이 높게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뒤 800 RPM을 유지하면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한 진단사는 'K5' 운전석에서 가속 페달을 밟아 2,000RPM 수준을 유지하며 이물질 소리나 쇳소리가 나는지 확인했다.
또 다른 진단사는 20도가 넘는 날씨에도 운전석에 앉아 히터를 틀고 있었다. 김 실장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여름에는 에어컨만 틀어보고 겨울에는 히터만 틀어 보는 것"이라며 "여름에도 히터가 잘 나오고 겨울에도 에어컨이 시원하다면 관리가 잘된 차"라고 설명했다.
핸들을 좌우로 돌렸을 때 딸깍딸깍 소리가 난다면 전자식 핸들(EPS) 고장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제가 생기면 수리하는 데 100만원가량 든다고 조언했다.
외부에서 봤을 때 부식이 발생한 차는 되도록 피하라고 조언했다. 차의 부식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차량 외부에 흠집이 있다면 손톱으로 긁어보라고 조언했다. 손톱으로 긁어지는 흠집은 지울 수 있는 흠집이지만 긁히지 않는 것은 따로 수리비를 들여야 한다.
침수차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안전띠를 끝까지 당겨 흙이 묻어 나오는지, 운전석과 조수석의 레일이 녹슬었는지를 보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워낙 실내 청소를 잘해 잘 안보이지만 운전대 밑 철판이나 부품 구멍 사이사이에 흙 같은 것이 남아 침수차를 골라내고는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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