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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혼다 CR-Z

스포츠 쿠페-하이브리드 카의 독특한 조합<br>질주 본능 만끽하기엔 다소 아쉬움


수년 전 혼다코리아가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코드와 CR-V와 같은 그나마 만만한 가격의 중형차와 SUV가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후 마땅한 후속타가 나오지 못했고 혼다코리아는 끝없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 봄 출시하려던 신형 시빅도 대지진의 여파로 연기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10월 혼다코리아는 '스포츠 하이브리드 카'CR-Z로 다시 돌아왔다. 혼다코리아에게 CR-Z의 출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오랜만에 신차를 내놓았다는 사실을 넘어 CR-Z가 국내시장에서 혼다의 건재함을 새롭게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연말까지 줄줄이 나올 뉴 시빅과 뉴 CR-V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11일 경기도 가평 아난티 클럽에서 CR-Z의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하이브리드카이면서 한편으론 스포츠 쿠페를 지향하는 독특한 조합의 CR-Z가 궁금했다. 시승은 아난티 클럽에서 남양주까지 국도와 고속도로를 거쳐 돌아오는 왕복 7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출발에 앞서 도열해 있는 7대의 CR-Z. 특이한 디자인이다. 낮고 넓은 전면부는 대형 그릴과 날렵한 헤드램프 덕분에 역동적 인상을 준다. 볼륨감 있는 앞뒤 펜더와 리어 범퍼도 스포츠카의 뒷태를 연상시키며 예쁘게 느껴진다. 인테리어 역시 무난함을 거부한 디자인이다. 계기판은 디지털 속도계와 아날로그 RPM 미터기를 조합한 대형 원 아이 미터를 중심으로 좌우에 배터리 잔량, 연료 게이지, 순간연비 등을 바(Bar) 형태로 표시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에는 사용 빈도가 높은 스위치와 조작 버튼을 배치했다. 운전자의 편의를 고려한 노력이 돋보인다. 2인승으로 뒷좌석 자리에는 플라스틱 재질의 수납함이 배치돼 있다.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하이브리드카 답게 저속에서의 주행감은 매끄럽고 조용하다. 그럼 '스포츠카 답게'속도를 내면 어떨까. CR-Z는 1.5ℓ i-VTEC 엔진과 혼다의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IMA'가 탑재돼 최대출력 114마력(ps), 최대토크 14.8㎏·m를 자랑한다. 노멀 모드에서 주행감은 딱 제원표 만큼. 그리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그것을 다소 웃도는 정도다. 어떤 순간에서도 하이브리드의 한계를 뛰어 넘는, 질주를 위해 탄생한 스포츠카라는 착각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속도가 시속 100km에 다가서 무렵부터 심해지는 풍절음은 더 이상의 가속을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결국 CR-Z는 공인연비가 20.6km/l이면서 2명밖에 타지 못하는 쿠페 외관의 하이브리드카라는 얘기다. CR-Z의 가격은 기본형이 3,380만원,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가 장착된 모델은 3,490만원이다. 혼다코리아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제품의 독특한 DNA를 감안하면 마냥 편한 수준일 수도 없다. 연간 1,000대를 팔아보겠다는 혼다코리아의 목표 달성은 오로지 마케팅 역량에 달린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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