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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텅 빈 전국기능대회장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일학습병행제는 능력중심사회의 실현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국정과제의 핵심이다. 이는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투입돼 직업교육의 대혁신을 이룰 중차대한 사업이지만 마치 토양을 고려하지 않은 조림사업과도 같아 과연 숲을 이룰 수 있을지 우려된다.

'기능인만의 잔치' 경시 풍조 여전

만연한 학벌주의 타파는 간과한 채 마치 NCS 개발과 일학습병행제도 시행이 능력중심사회 실현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와 융합의 시너지 효과가 더없이 필요한 무한경쟁의 지식기반 시대에 '알고 있는가'에서 '할 수 있는가'로 바꾼다는 국가표준 자체의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수백 직종의 표준을 서둘러 제정하는 것은 심히 염려된다.

일학습병행제도 기능선진국의 모델을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한다지만 기업 측 지도자의 직업교육 철학과 능력, 교육 인프라, 행정 등을 비롯해 수요자의 주말학습 실효성 등 정작 우려하는 문제점은 고려조차 않고 있다. 직업교육 현장의 우려를 간과한 보여주기식 실적 위주의 정책 추진이 정책 성공의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NCS와 일학습병행제도가 능력중심 사회 실현의 주효한 정책이 되려면 제도의 실효성을 강점으로 보여줘야 한다. 기능경시 풍조 실상 등은 간과하고 이상론만 내세운 급조된 제도나 선진국 모델로 당장에 능력중심 사회를 실현한다는 발상은 정책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지금 학벌만능주의라는 중병의 외과적 수술도 필요하지만 기능인을 제대로 대우하려는 제도와 기능경시 풍토 타파가 더 절실한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독일기능올림픽에서 국위를 선양한 기능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하며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 사회 실현'을 약속한 바 있다. 대통령의 격려와 약속이 있을 지 1년이 지났지만 기술과 기능 경시풍조 해소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이달 경기도 일원에서 열린 제49회 전국기능대회가 1,200만 도민과 함께하는 잔치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능인들만의 행사로 끝난 것도 달라지지 않은 기능경시 풍조의 실상이다.

기능강국의 전국대회에 참가한 기능올림픽회원국 심사위원과 선수들의 관심· 열정과 대비되는 무관심은 한국이 기능선진국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 "학력을 중시하고 기능을 홀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는 참관인의 말처럼 기술기능경시 풍조는 이처럼 팽배하다. 국제대회 수준에 맞춘 10개 직종의 열린 경기장에서조차 청소년은 물론 도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경기도 내에서 흩어져 개최된 각 경기장은 더욱 그들만의 행사일 수밖에 없었다. 관련 지도자와 가족들만이 경기장을 지키며 격려한 유일한 관객이었을 뿐이다.

직업교육 백년대계 세워 지속 추진을

능력중심 사회는 서두른다고 실현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정권이 바뀐다고 중단돼서도 안 된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직업교육 백년대계를 세워 영속성 있게 추진해야 할 국가적 사업이 돼야 한다. 현재가 과거의 개혁과 혁신의 노력이 만든 결실이라면 미래는 준비된 개혁과 혁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나무 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숲을 이룰 조림사업인지가 더 중요하다. 실상은 외면하고 말로만 외치는 기능인 우대가 가슴으로 내려오지 않는 한 기능인을 제대로 대우하는 능력중심 사회 실현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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