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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기본을 생각한다-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중국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며 중국의 우주항공개발을 이끌었던 첸쉐썬 박사. 미국 체류 시절 그를 붙잡아두려는 미국과 어떻게든 귀국시키려는 중국의 막후교섭 끝에 가까스로 고국 땅을 밟은 그에게 마오쩌둥 주석은 로켓과 인공위성 개발에 관한 전권을 위임했다. "국가를 위해 과학기술 개발에 매진해달라"는 마오쩌둥 주석의 당부에 첸쉐썬은 이렇게 답했다. "인공위성을 띄우기 위해서는 15년이 필요하다. 처음 5년은 기초과학을, 다음 5년은 응용과학을 가르치고 나머지 5년은 로켓을 제작해 띄우겠다."

15년이 지난 1970년 그는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둥펑홍(東方紅) 1호 발사에 성공해 약속을 지켰다. 중국은 로켓을 자체 개발하고 인공위성을 띄우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손에 넣었다. 기초과학에서 시작한 연구는 발사체의 구조와 동력, 유도탄 개발 등으로 심화 확대됐으며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중국의 로켓과 유도탄 제조, 우주설비 연구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초과학은 응용과학의 밑바탕이 되는 학문 분야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규명하고 예측하는 가장 기본적인 학문이며 진리탐구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과학이기도 하다. 또 과학의 기초 원리와 이론에 대한 지식발견을 위한 학문으로 많은 경우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서 연구가 비롯된다. 그런 측면에서 기초과학은 사실 어디에 쓰일지 알 수 없는 분야를 탐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 안 되는 연구' '실용성이 떨어지는 학문'이라는 일부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기초과학은 과학 전반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뿌리요, 근본이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많은 가지를 뻗어 열매를 맺듯 기초과학이 융성해야 응용기술이 발전하고 실용과 부가 창출된다. 다만 새싹이 뿌리를 내려 열매를 맺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기초과학에서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도 인내와 비용이 필요하다. 당장의 결실을 위해 중간과정을 생략한다면 잠깐 반짝할지는 몰라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과학 선진국에서 기초과학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기초과학 연구는 새로운 지식창출의 원천이다.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당장 쓸 데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독일과 일본도 기초과학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패러데이 법칙'으로 유명한 영국의 물리화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생전에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당신이 연구하는 전기장치들은 왜 필요한 것인가?" 라고 묻자 그는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가는 그것들에 세금을 물릴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그 당시에는 연구결과의 활용방법을 몰랐지만 언젠가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로부터 2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전기가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기초란 기본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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