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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화산책] '인맥관리'의 시대적 풍경

서동진 (문화평론가)

[토요 문화산책] '인맥관리'의 시대적 풍경 서동진 (문화평론가) 서동진 (문화평론가) 지금 20대의 가장 큰 소일거리를 꼽자면 당연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들락거리는 일일 것이다. 인터넷에서 좀 ‘논다’는 이들은 너나없이 블로그와 미니홈피에서 떠날 생각을 않는다. 포털사이트들 역시 사용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블로그 서비스를 앞다퉈 시행했다. 이런 문화현상의 이면을 지배하는 우리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문득 떠오르는 것이 인맥관리를 향한 강박관념이다. 구경제의 시대가 지능지수의 시대였다면 신경제의 시대는 감성지수ㆍ인맥지수의 시대라는 말이 상식처럼 통한다. 물론 인맥관리라는 말도 알고 보면 왕년의 마당발을 가리키는 또 다른 표현 아니냐며 빈정댈 이도 있을 것이다. 인사청탁에서 차떼기에 이르기까지 시쳇말로 ‘빽’을 통해야만 일이 되던 사회 기풍을 떠올린다면 이런 조소도 이해할 만하다. 그렇지만 과거의 연줄은 지금의 인맥관리로 바꼈다. 물론 그에 대한 대우와 평가도 달라졌다. 공정한 질서의 기생물이었던 연줄은 이제 탈관료제화된 기업조직과 사회에서 어엿한 능력으로 격상됐다. 이른바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학교교육을 통해 배운 기술적 지식뿐 아니라 인적자원으로서 삶의 모든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인간관계 역시 능력이다. 그것은 ‘네트워크 지수’로 관리되고 평가받아야 한다, 경력관리, 자기관리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인맥관리를 해야 한다, 성공하고 부자가 된 사람은 아침을 혼자 먹지 않는다, 운운의 이야기가 난무한다. 그렇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 이는 인맥관리가 인간관계마저 성공과 자기실현의 도구로 삼아버린 비정한 세태를 보여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제는 친밀감마저 패키지에 담긴 상품으로 판매된다. 갈수록 관계는 접대와 사교의 이벤트 상품을 소비하는 형태가 되간다. 물론 그럴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인간관계를 찾아 배후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휘황한 컨벤션센터의 뒤에는 음침한 호텔이 있게 마련이다. 좋은 인상을 연출한 나의 뒤에는 진짜 감정의 나를 찾는 무대가 만들어지기 쉽다. 자신을 멋지게 꾸며 보이는 블로그의 사용자는 어쩌면 후안무치한 욕설로 가득 찬 댓글을 쓰는 게시판 이용자일지도 모른다. 이를 좋은 조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입력시간 : 2004-05-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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