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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작각] 1류 정부와 3류 정부

국제부 정문재 차장 timothy@sed.co.kr

엘리어트 무어(53)는 12년째 모기나 거머리를 벗삼아 천막에서 먹고 잔다. 그는 거지나 부랑자가 아니다. 어엿한 인류학 박사다. 그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바로 미군 유해발굴작업이다. 그는 베트남전쟁에서 실종된 미군을 찾는 수색작업단 소속이다. 베트남전쟁은 지난 73년에 끝났다. 미국은 전쟁에는 종지부를 찍을 망정 전쟁 중 실종된 미군 수색작업은 포기하지 않는다. 실종 미군 수색작업이란 바로 유해발굴작업이다. 실종이란 사망사실이 확인될 때까지만 살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 실종이지 사실상 사망이다. 무어가 실종 미군 유해발굴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그의 직업 때문이다. 베트남전쟁이 끝난 지도 이제 30년이 넘는다. 그 사이 유골도 훼손될 대로 훼손됐을 것이다. 땅을 파서 발굴된 유골이 미군 것인지를 가려내려면 인류학자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사람 뼈로 여겨지는 것이 발견되면 즉시 DNA검사를 통해 실종 미군 여부를 확인한다. 그래서 아직도 무어의 발굴에 실낱 같은 기대를 걸고 있는 미국 가정이 무려 1,800가구에 달한다. 미국은 73년 종전 이후 미군 유해가 발견될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단 한 군데의 예외도 없이 다 뒤졌다. 실제로 땅을 파헤쳐 유골을 발굴해낸 곳도 무려 700개가 넘는다. 지리적 여건 등 그 어떤 것도 발굴포기 이유가 될 수 없다. 무어는 현재 베트남과 라오스 접경 산악지대에서 발굴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군 2명이 68년 이곳에서 정찰업무를 하다 비행기가 추락해 실종됐다. 무어팀은 이들의 뼈를 찾기 위해 1,600평방미터에 이르는 지역을 일일이 삽으로 파헤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은 계약관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전쟁 등 위급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민은 국가가 자신의 희생을 귀중히 여기고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 때 국가에 충성한다. 나라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충성과 희생도 없다. 미국정부가 전쟁이 끝난 후 30년 이상 유해발굴작업에 매달리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일 게다. 이런 계약관계에 충실한 미국정부는 그야말로 일류 정부다. 김선일씨 납치사건에 대한 대응방법을 놓고 외교통상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납치 사실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도 제대로 확인조차 않는 게 우리 정부다. 사망자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처리방식이나 대책이 이 정도다.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 정부는 몇 류인가. 그 답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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