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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에 듣는다] <3> 스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중국 대북정책 달라져… 북 변화 있어야 북중 정상회담 가능<br>북한의 출구전략은 남한… 북미회담 위해 대화 제스처<br>미·중 대국관계 큰진전 없지만 북문제 한목소리 낸 건 성과<br>영토분쟁 평화해결 어려워 중 주변국과 외교관계 딜레마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모두 마치 북한이 주도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주도형 관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결코 성공하지 못합니다. 북한의 출구전략은 남한입니다. 미국도 중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정전 60주년을 맞은 올해 한반도는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위협을 가하던 북한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대화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새로운 남북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미중관계와 한반도ㆍ동북아 문제에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주목 받고 있는 스인홍(時殷弘)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를 지난달 24일 만나 한반도 주변정세 변화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었다. 편안한 대담을 위해 인민대 근처 하이뎬셰러턴호텔로 옮겨 열린 2시간여의 인터뷰에서 그는 국제관계 질서에 대한 견해를 격의 없이 피력했다. 스 교수는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며 중국에 귀찮은 존재라고 지적한 뒤 "중국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중국의 방식, 즉 간접적ㆍ은유적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민대 미국연구중심 주임을 맡고 있기도 한 스 교수는 미중관계를 직설적으로 말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형대국관계를 미국이 거부하고 있다고 표현하며 양국이 서로 오랫동안 밀고 당기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외교전략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미국과의 관계는 원만하지만 일본과의 관계는 가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일관계도 사상 최악이지만 최소한의 통로는 남겨둔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타진하는 등 한반도에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 보입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북한은 내심 6자회담을 원하지 않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혐오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양자회담, 구체적으로는 북미회담을 원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북한은 알고 있습니다. 개성공단도 같은 맥락입니다. 최소한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합니다. 문제는 하는 척을 언제까지 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변했다는 시각도 많이 있습니다.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있습니까.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올해 초부터 대대적으로 변한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같이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는 것을 지난 10년 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손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리라는 보장이 설사 실행된다고 해도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중국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은 김정은 정권 이후 지속된 '예의 없는 태도'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의를 갖추고 평화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가능한 범위에서 경제적 원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럼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방중도 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최룡해ㆍ김계관 등 북한 인사가 베이징을 방문해 한번 웃고 갔다고 해서 중국의 강경대응이 바로 멈추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속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한국전쟁 종전 기념일에 리위안차오 부주석이 대표로 간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정치국원이지만 유력한 차기 상무위원 후보를 보내 북한의 체면을 살리는 동시에 당과 당이 아닌 정부와 정부 차원의 교류임을 부각시킨 점도 주목됩니다. 한반도 평화위협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태도변화가 있어야만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질 것이고 시 주석의 방북도 이어질 것입니다.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시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를 두고 나눈 대화가 쉽게 외부로 유출되지 않습니다. 중국ㆍ한국 어느 나라 전문가의 분석도 확실한 근거가 없습니다. 북한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닙니다. 중국은 귀찮음을 덜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대한 회담내용이 외부에 유출되는 일을 꺼리고 있습니다. 억측은 금물입니다.

-동북아 완충지대로 분단 한반도가 중국에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통일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미래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한반도 통일이 편한 주제는 아니지만 중국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시 주석은 앞서 후진타오 전 주석이 반복적으로 언급했듯이 한국과 북한의 자주적 통일을 지지하고 평화적 통일을 격려한다고 말합니다. 중국은 남북이 담판을 지어 내린 결론에는 반대할 이유도 능력도 없습니다. 이 점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외부의 과도한 간섭이 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대국의 권력과 이익투쟁의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달 초 제5차 미중 전략대화에서 중국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보십니까.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원하는 만큼 신형대국관계를 눈여겨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성과가 없지는 않습니다. 전략대화에서 언급된 많은 부분이 여기저기서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 실질적인 성과와 외부에 드러난 성과가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미국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성과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설정을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건가요.

▲미국은 중국이 뭘 말하는지 모릅니다. 신형이라는 말을 쓰지만 대국관계라는 말에 초점을 맞춥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로서는 중국이 미국과 정치파워에서 같은 위치에 올라서겠다는 위협 정도로 보겠지요. 권력 나눔을 거부하는 겁니다. 시 주석은 미국이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의 굴기를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물론 오바마는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대답은 '노(NO)'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 때문에 아시아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중국은 한국과 외교관계가 원만한 것을 빼고는 주변국 외교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중국해ㆍ댜오위다오 문제는 외교의 발목을 잡습니다. 중국은 주변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원합니다. 하지만 국내의 제약이 큽니다. 영토 문제는 누구도 양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아시아 대응전략은 해군 군사력 강화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평화적으로 댜오위다오 문제에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중국 외교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일본과의 관계회복은 어렵다는 말인가요.

▲지난 40년 동안 중국과 일본은 몇 번의 위기를 넘기며 관계를 발전시켜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945년 이후 최악입니다. 지난 세월의 외교적 노력이 물거품이 됐지요. 어떻게 관계를 회복할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듭니다. 한반도의 충돌이 중미 전략적 모순 격화로 이어지듯 중일관계도 그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인홍은

국제정치 관련 논문 300여편 발표… 한반도 이슈때 중대외정책에 영향력

스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한마디로 똑 부러진다.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기로 유명한 베이징 교수들과 달리 명확한 자기주장을 얘기한다. 그래서인지 스 교수는 서방언론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중국의 국제관계 학자로도 유명하다.

중국 외교의 핵심인 신형 대국관계에 대해 스 교수는 발전적 비판론을 견지한다. 실체가 있는 중미관계가 우선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이 무조건 북한을 포용하는 데는 반대한다.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고 스 교수는 강조한다.

하버드ㆍ연경 객좌연구원, 중국 국가교육위원회 고급방문 학자 등의 신분으로 미국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 독일에 있는 동유럽 및 국제문제연방연구소에서 2년6개월 동안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기도 했던 스 교수는 지금도 중미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이슈화될 때 중국 대외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국제정치, 대만 문제 등에 대해 발표한 논문은 300여편에 달한다.

◇약력 ▲1951년 3월 장쑤성 쑤저우 ▲1979년 난징대 역사학과 ▲1988년 난징대 국제관계학박사 ▲1993~98년 난징대 국제관계사 교수 ▲1996~2002년 중국 미국사연구회 회장 ▲1998년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 ▲2001년~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 미국연구중심 주임 ▲2011년 국무원 미국관계 참사(자문관)

◇주요 저서 '국제정치와 국가전략' '현대국제관계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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