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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타는 방글라데시

美·EU·교황 노동 개선 요구가 경제엔 독으로…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붕괴참사로 '노예노동'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서방 원청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하청(하도급)을 끊거나 사업철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나서 인도적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참혹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촉구한 게 오히려 일자리 급감 등 방글라데시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근 사바르의 의류공장 붕괴참사가 열흘째로 접어들면서 사망자가 482명으로 늘어났다. 또 149명이 행방불명 상태여서 최종 사망자가 5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1일 "노예노동과 같은 근무환경이 부른 참사"라며 서구의 다국적기업들을 규탄했다. 미국 국무부도 2일 "미 업체들이 방글라데시를 포함해 하청을 주는 나라의 노동환경 개선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EU는 방글라데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무역제재까지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노동자 인권감시 그룹 '워커스라이츠 컨소시엄'의 스콧 노바 대표는 "의류제조ㆍ유통업체들이 방글라데시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노동력 착취에 대한 비판으로 엄청난 압박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압박이 노동환경 개선이 아니라 서구 의류업체들의 방글라데시 탈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라이선스 보유업체인 월트디즈니는 지난달 라이선스 계약업체들에 더 이상 방글라데시에서 자사 상표가 붙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디즈니 캐릭터가 부착된 스웨트 셔츠는 월마트 매장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미국 소매 유통업체 타깃(Target)과 나이키도 방글라데시의 공장 숫자를 줄였다.

WSJ는 하청 의류업체의 안전성 문제 외에 내년 선거를 앞두고 방글라데시에서 정치적 시위와 파업이 증가하며 의류제조ㆍ유통업체의 방글라데시 탈출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인도ㆍ캄보디아 등 방글라데시 주변국으로는 다국적 의류업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인도 의류수출촉진협회의 비자이 마투르 국장은 방글라데시로 갈 주문이 옮겨오면서 지난 3월 의류 수출이 13억5,000만달러로 11%나 늘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국영 의류제조협회의 켄 루 사무국장도 "최근 연이은 사고로 비난이 고조되면서 서방 브랜드 업체들이 방글라데시를 떠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방글라데시 수출협회도 최근 주변국가 경쟁업체들에 빼앗긴 주문량이 5억달러 정도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서구 브랜드의 이탈은 방글라데시 경제에 대한 타격이 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월임금 40달러라는 초저임금을 바탕으로 매년 30%씩 고속성장하며 세계 2위로 자리잡았다. 연간 생산액 200억달러, 종사자 300만명으로 방글라데시 경제를 떠받치는 최대 수출산업이지만 이번 의류공장 사고로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무하마드 파줄 아짐 방글라데시 국회의원은 "의류산업 종사자 가족 수는 1,400만명에 달한다"면서 "해외 의류업체들의 방글라데시 탈출은 엄청난 타격"이라고 호소했다.

외신들은 서방 의류제조ㆍ유통업체들의 방글라데시 이탈이 경제침체라는 또 다른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를 작업장 안전과 노동자 인력교육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같은 조치가 성공적으로 이어질 경우 방글라데시의 노동경쟁력을 강화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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