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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자의 기술표준

'통큰치킨'이 휩쓸고 간 자리를 어느새 피자가 채운 듯하다. 요 몇 달 새 이마트 피자를 시작으로 롯데슈퍼와 홈플러스, 최근에는 롯데마트까지 초대형 저가 피자 매장을 점포 안에 들여놓고 경쟁 중이기 때문이다. 운영업체도, 점포 개수도 업체마다 천차만별이지만 하나같이 지름 46cm에 가격은 1만1,500원대인 것은 일종의 '공식'과도 같다. 지금까지도 불티나게 잘 팔리는 이마트 피자를 벤치마킹한 수준이 아니라 누가 봐도 아예 대놓고 따라한 '미투(me too)' 제품들이다. 기자가 이들 저가 피자매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보인 반응은 모두 한결같다. '크기와 가격은 같지만 이마트 피자와는 다르다'는 것. 즉 본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레시피 제작에까지 참여한 이마트와 달리 자사의 피자 매장은 단순히 점포 내 임대형식으로 운영돼 자사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실 이들 업체가 저가 피자 매장을 점포 내에 유치해서 얻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따져보면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마트 피자도 통큰치킨과 비슷한 원가 이하 판매 혐의를 완전히 벗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비슷한 피자를 파는 어느 업체든지 피자판매로 얻는 금전적인 이득은 사실상 주목적이 아니다. 이들 저가 피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객의 발길을 '일단' 매장으로 이끌고 보자는 '미끼 상품'이다. 당장 29일 경쟁점인 이마트 창원점 코앞에 문을 연 롯데마트 창원중앙점이 왜 전국 최초로 저가 피자 임대 매장을 입점시켰는지를 따져보면 이는 더 분명해진다. 사먹는 고객들도 이 매장이 '임대'인지 '직영'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그저 롯데슈퍼, 아니면 홈플러스에 가면 피자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점포를 찾는 것일 뿐이다. 업체들의 이런 반응은 저가 피자 판매로 이마트 피자가 누리는 톡톡한 집객효과라는 열매는 누리고 싶지만 거기에 수반되는 '중소 상권 침해'라는 비판과 상생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회피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누구든 자신이 잡고 싶은 것만 좇을 수는 없다. 굳이 책임을 저버리고 싶다면 과실(果實)도 함께 버려야만 한다. 업체들의 성숙한 대응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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