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특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대주로 분류됐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마저 상장 직후 각종 잡음에 휘말리며 주가가 폭락해 IPO를 일단 연기하고 시장의 눈치를 살피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경주 업체 포뮬러원은 다음주 싱가포르 증시에서 예정된 25억달러 규모의 IPO를 잠정 연기했다. 상장 주관사인 CVC캐피털파트너스의 한 관계자는 "상장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며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계속 살필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그래프다이아몬드 역시 홍콩증시에서 10억달러 조달을 목표로 IPO를 추진했으나 이를 최근 연기했고 중국의 럭셔리 자동차 딜러인 용다오토모빌서비스도 4억3,200만달러 규모의 홍콩증시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또한 잠비아에 광산을 가지고 있는 중국 비철광산공사도 3억1,300만달러 규모의 IPO를 추진하다 최근 전격 취소했다.
기업들이 몸을 사리면서 IPO 규모도 크게 줄었다. 미국의 경우 지난 5월 현재 페이스북을 제외하면 총 72개의 기업이 새로 상장해 131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53%나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홍콩 신규 상장회사의 조달금액은 85%나 줄었고 자연히 상장을 주관하는 투자은행의 수입도 감소해 올해 아시아 투자은행(일본 제외)의 IPO 매출은 전년 대비 70% 줄어든 4억3,400만달러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IPO시장이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주당 38달러에 시작했던 페이스북의 주가가 29.60달러(5월31일 마감가)까지 떨어진 게 공포감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IPO파이낸셜의 데이비드 먼로 회장은 "모든 것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에 나설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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