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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2월 27일] UBS은행 사태에서 놓친 것

(월스트리트저널 2월 26일자)

미국 사법부가 스위스 UBS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미국인 5만2,000명의 신상정보를 요구한 것에 대해 UBS은행 측에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다. 스위스 은행들은 그간 비밀스러운 영업 관행과 이와 연관한 탈세 방조 혐의로 의심을 사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순조로운 법 집행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탈세는 나쁘고 탈세를 저지른 범법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미국인 계좌 및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는 검사들의 직권남용으로 볼 수도 있다. 사안을 처리하는 방식도 너무 소란스럽다. 외교 관례상 일방주의에 가까울 정도다. 스위스 정부는 미국의 소환장이 양국 간 법적 협력을 규정한 조약을 위배했다며 당초 지난 24일로 계획됐던 미 상원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임을 통보했으며 이 때문에 청문회는 연기됐다. 미 사법부는 스위스 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이 나서 동맹국과 법 준수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하는 방안을 생각해본다. 이것은 UBS은행의 무죄를 의미하지 않는다. UBS은행은 이미 탈세 방조 혐의를 인정해 7억8,000만달러의 벌금을 물고 있고 250명의 UBS고객 명단도 미 사법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UBS은행의 비밀주의는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그 나라의 법이다. 만약 UBS은행이 정당한 절차에 대해 따지지 않고 미국의 요구에 응했다면 이는 스위스 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스위스 법원은 최근 금융당국에 고객 명단을 넘기지 말 것을 명령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탈세 혐의자를 잡기 위해 그간 쿠바와 이란 등과의 갈등에서 줄곧 미국의 이익을 대변해준 스위스와의 외교관계를 짓밟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만약 레빈 의원이 탈세에 대해 무엇인가를 하기를 바란다면 ‘해외로 돈을 빼돌리려는 미국인이 나오는 이유’와 관련해 현 조세제도에 어떤 허점이나 왜곡된 인센티브가 있는지 검토하는 게 우선이다. 스위스는 미국에 네번째로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다. 미국이 스위스 주권과 양국 간 조약을 무시하면 스위스는 결국 미국에서 돈을 빼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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