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발칵 뒤집힐 상상초월 위기 닥치나
프랑스 뇌관 터지나"성장 전망 갈수록 악화" 무디스, 최고등급서 강등올랑드 반기업 정책에 투자환경도 점점 나빠져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프랑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유로존 경기침체의 여파로 프랑스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다 지난 5월 출범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반기업적 정책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하고 향후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최상위 국가신용등급을 박탈당하기는 1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강등 이후 두번째다.
무디스는 이날 "프랑스경제의 지속적인 경쟁력 약화, 노동ㆍ상품ㆍ서비스시장의 경직성 등 구조적인 문제로 성장전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강등배경을 설명했다. 무디스는 또 "재정상황도 나빠지면서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처할 능력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프랑스가 '저효율ㆍ고비용' 구조를 개혁하지 않을 경우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속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5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프랑스가 포괄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도 최신호 표지 기사에서 "프랑스는 유럽 한가운데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원색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들도 비관 일색이다. 2ㆍ4분기 프랑스의 실업률은 13년 만에 최고치인 10.2%를 기록해 2분기 연속 10%를 웃돌았다. 또 프랑스의 10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2.5%나 줄어 당초 전망치인 0.1% 수축을 크게 밑돌았으며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3.7을 기록해 8개월 연속 50을 하회했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프랑스 성장률이 3ㆍ4분기에 0.2%로 잠깐 반등했지만 4ㆍ4분기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ㆍ4분기 성장률도 0.1% 후퇴하며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IMF는 내년 성장률을 프랑스 정부 전망치인 0.8%의 절반인 0.4%로 제시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공공부채도 프랑스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1981년 22%에서 현재 90%까지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올랑드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프랑스의 기업환경을 갈수록 악화시키고 있다. 올랑드 정부는 9월 370억유로를 절감하는 2013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이 중 200억유로를 세금인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랑드 정부의 세금인상안은 법인세를 올리고 연간소득 100만유로 이상의 부자들에게 75%의 세금을 매기는 등 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집중돼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프랑스의 대표적 자동차 업체인 푸조를 비롯해 에어프랑스ㆍ카르푸ㆍ시노피 등 대기업들은 프랑스 정부의 계획에 반발해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기업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6일 기업경쟁력 강화와 고용증진을 위해 200억유로 규모의 감세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니컬러스 베런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방문 연구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정부가 감세정책을 발표한 지 얼마 안 돼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프랑스 정부의 조치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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