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 두달여만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안착한 '경청'은 최근 대중의 독서 경향을 꿰뚫은 기획 출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경청은 지난해 초 서점가에 등장한 뒤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려'를 내놓은 위즈덤하우스 출판사가 배려의 스토리텔링 작가 박현찬과 자기계발 강사 조신영을 콤비로 엮어 발표한 작품.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치열한 개인 성공 전략과 자기 홍보가 필요하다는 식의 기존 처세서에 식상한 독자들이 인간적인 덕목을 내세운 자기 계발서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출판사의 날카로운 안목이 돋보인다. '성공하려면 말하기 보다는 잘 들어라'는 지혜가 책의 주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선대에 물려받은 '경청'이라는 붓글씨를 아들 이재용 전무에게 전해줬다는 사실이 책 겉 표지에 적혀있다. 30대 후반의 직장인 이청씨.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아들은 발달장애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가 다니는 악기 회사는 구조조정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악기 대리점 개설권을 준다는 회사 제안에 동료들의 비난을 외면하고 구조조정에 협조한다. 하지만 대리점 개설 당일 병원에서 뇌줄기암을 선고를 받은 뒤 우여곡절 끝에 악기 공장에 다시 들어간 후 큰 변화를 겪는다. 청력장애로 동료들한테 눈총을 받는 그는 귀가 잘 들리지 않기에 오히려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에 더 집중하면서 점차 팀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성공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성공시킨 사람이고 성공하는 조직은 다른 조직을 살리는 조직입니다. 그런 성공은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기업이 생존하려면 소비자나 고객 뿐 아니라 협력 업체와 직원들, 나아가서 그들의 가족까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저자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경청이 개인적인 문제 뿐 아니라 회사 내의 골 깊은 갈등도 해소할 수 있는 지혜라고 강조한다. 배려에 이어 용기, 겸손, 화해, 고맙습니다, 경청 등 개인 인성을 강조한 자기계발서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면서 인간의 품성 등을 처세 키워드로 제시한 책이 발간 봇물을 이루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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