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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킬로이를 이길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스윙코치의 아들이 윙크를 하더군요."
1,000만달러(111억9,600만원) '잭팟'의 주인공은 로리 매킬로이(23ㆍ북아일랜드)가 아닌 브랜트 스니데커(32ㆍ미국)였다. 스니데커는 24일(한국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GC(파70ㆍ7,15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4차전)인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0타를 적어낸 스니데커는 2위(7언더파)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를 3타차로 누르고 올 시즌 2승째이자 지난 2007년 데뷔 후 통산 4승을 달성했다. 스윙코치 토드 앤더슨의 아들 터커는 이달 초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인데 스니데커가 병문안을 갔을 때 윙크로 우승을 점쳤다고 한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2,500점을 쌓은 그는 페덱스컵 순위 5위에서 1위(4,100점)로 뛰어올라 우승 보너스 1,000만달러를 거머쥐었다. 투어 챔피언십 우승 상금 144만달러를 더한 1,144만달러(128억822만원)는 스니데커가 6년 동안 쌓은 통산 상금과 맞먹는다. 스니데커는 이 대회 전까지 1,460만달러(163억4,615만원)를 벌었다. 6년간 벌어야 만질 수 있는 뭉칫돈을 '한 방'에 거머쥔 것이다.
스니데커에게 1,144만달러를 안긴 일등공신은 단연 퍼트였다. 공동선두로 출발한 스니데커는 6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범해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11개 홀에서 버디만 4개를 성공시키며 벌떡 일어섰다. 그는 이날 8번홀(파4)에서 12m 버디를 꽂아 넣는 등 퍼트 수를 25개로 막았다. 이번 대회 내내 2.5m 안쪽 퍼트를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은 스니데커는 라운드당 평균 퍼트 2위(27.5개), 퍼트로 얻은 타수 1위(1.676)에 올랐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101위(288.7야드)에 불과한 스니데커는 이번 대회에서도 18위(294.4야드)에 그쳤지만 신기의 퍼트 감각을 앞세워 양 팔 가득 트로피를 껴안았다.
한편 이 대회 전까지 페덱스컵 1위를 굳게 지켜 1,000만달러 획득이 유력했던 매킬로이는 마지막 날 4타를 잃어 1언더파 공동 10위에 만족해야 했다. 4일 평균 드라이버샷은 313.6야드로 4위였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이 41.1%(28위)에 머물렀고 퍼트 수도 최종일 31개를 포함해 평균 29.8개(공동 18위)로 시원찮았다. 페덱스컵 2위로 마무리한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는 "나 자신에게는 약간 실망스럽지만 스니데커는 우승할 자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2타를 잃어 2언더파 공동 8위를 기록, 페덱스컵 3위에 자리한 세계 2위 타이거 우즈(37ㆍ미국)는 "지난해를 돌아보면 플레이오프 최종전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올 시즌 성적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국(계) 선수 중 유일하게 최종전에 나선 존 허(22)는 14오버파 29위로 대회를 마쳤고 페덱스컵 순위에서도 29위에 자리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영건' 리키 파울러보다 한 계단 낮은 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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