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가파른 금리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금리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경영 부담 보다 금융부문 비대화에 따른 타격이 더욱 클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각) 월가(街) 금융시장에 따르면 금리상승이 빠르게 이루어질 경우 금융회사는 물론 소매금융 비중이 높은 제조 기업들도 대출위험 증가, 예대마진축소 등으로 경영 충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지난해 연방기금 금리를 사상 최저인 1%로 낮추는 등 ‘금리 세일’을 단행하자, 기업들이 본업보다는 소비자대출ㆍ신용카드ㆍ보험ㆍ모기지(주택담보대출) 등의 사업에 잇따라 나서면서 금융부문이 비대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 대형 유통 기업인 타깃 등 비(非)금융 회사들이 저금리를 이용해 잇따라 금융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규모를 확대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순익 중 30%가 금융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10년 전의 21%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자동차판매 부진으로 회사채가 투기등급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한 GM도 지난해 금융부문에서는 29억달러의 대규모 수익을 챙겼고, 타깃도 순익의 15%를 신용카드 부문에서 거둬들였다. 하지만 고유가와 달러약세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가파른 상승커브를 그리고 있고,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최고를 경신하면서 기업들의 순익에도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S&P500지수 편입 금융서비스 회사들의 순익은 27%나 증가했지만 올해에는 6%로 한자리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과 유통 등 본업에서는 생산성 증가와 소비회복으로 실적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부문에서의 이자부담과 부실채권 증가로 이익이 상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2.4%포인트로 늘어났던 2년 만기 국채와 10년 만기 국채간 금리차인 스프레드는 0.8%포인트로 좁혀진 상태다. 그 동안 저리의 자금을 빌어 기업대출과 금융장사를 했던 기업들로서는 이자부담과 이익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제적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도 지난달 2.5%였던 부실채권 부도율이 내년에는 3.2%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또 금리상승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3년간 부실채권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하면서 기업부도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작년 8월 이후 최고를 기록하면서 6%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저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이 변동금리에 따른 이자부담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부실여신에 따른 모기지 회사들의 경영부실과 기업구조조정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