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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과장된 ‘연애전쟁’에 헛웃음만…

영화 '작업의 정석'


과장된 몸짓과 말투는 분명 웃음의 필수 요소. 그러나 그 과장이 지나치면 유쾌해야 할 웃음은 헛웃음으로 바뀐다. 22일 개봉한 영화 ‘작업의 정석’을 보면, 그 지나친 과장에 안쓰러움을 감출 수 없다. 노골적인 제목에 “12월엔 즐겨라”라는 더 노골적인 광고 카피로 무장한 영화는 무엇을 즐겨야 할 지 도통 감을 잡기가 힘들다. 영화는 ‘작업계’의 고수 남녀의 티격태격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펀드매니저 지원(손예진)은 타고난 예쁜 얼굴과 기막힌 애교로 한번 찍은 남자는 어김없이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건축가 민준(송일국) 역시 아버지의 대를 이은 초절정 작업남. 느끼함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의 멘트에 쓰러지지 않는 여자가 없다. 이들 둘이 만났다. 불꽃 튀는 전쟁이 시작된다. 티격태격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전형적이다 못해 진부한 공식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공식이 진부하다고 영화까지 진부해질 수는 없는 터. 하지만 영화 속 에피소드는 진정성을 상실한 채, 하나하나 따로 놀며 관객들을 설득시키지 못한다. 화장실도 안 갈 것 같은 예쁜 여자가 트로트 음악에 몸을 흔든다는 설정부터 멋진 남자가 서가엔 몰래 만화책을 꽂는 내용까지 번뜩이는 재치 대신 뻔한 상투성만 보여준다. 둘의 전쟁이 계속될수록 그들의 행동 역시 관객을 난감하게 만든다. 차라리 요즘 세태의 ‘작업’을 제대로 보여주던지, 구닥다리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 게 나을 뻔 했다. ‘작업을 위한 작업’으로 전락한 행동은 경비행기를 몰고 아버지가 아들 작업녀의 속옷을 배달해 준다는 부분에 이르면 끝없는 ‘오버액션’의 허무함마저 느끼게 만든다. 어차피 ‘머리를 비우고’ 즐기라고 강요하는 이 영화에 가벼움 이상의 것을 바라는 건 무리. 하지만 그 가벼움을 제대로 전달해주기 위해서라도 영화 속 주인공들의 탄탄한 연기는 기본이어야 했다. 영화 카피처럼 ‘쌔끈한 작업녀’로 포장되는 손예진은 분명 그 동안 숱하게 우려먹었던 ‘눈물의 멜로여왕’이라는 고정이미지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국어책 읽는 연기’라는 혹평을 받아 왔던 그녀의 ‘눈물’ 연기가 껍데기만 변했다고 나아지진 않았다. 여전히 ‘작업녀’의 겉모양만 흉내낸 모습에서 ‘진짜 선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미지 변신은 볼 거리에 그쳤다. 영화 광고에 대대적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섹시 댄스는, 광고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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