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4부(이기택 부장판사)는 중소기업인 시스템 반도체 개발업체 A사가 “전직금지 약정을 깨고 동종업종 회사에 취직했다”며 전 직원 유모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전직금지 약정은 기업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이룬 연구개발의 성과가 직원의 전직으로 인해 경쟁업체에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씨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사내망에 있는 자료를 열람하는 등 A사의 회로배치 업무와 관련한 기술적 정보를 익혀 이것이 유출되면 A사에 손해를 입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약정이 유씨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중소기업이 산학협력 과정 통해 채용한 근로자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쟁기업으로 쉽게 옮겨가는 것을 허용한다면 산학 협동 과정이 부실해질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씨는 유씨가 다니던 대학과 A사가 체결한 산학협력 협약에 따라 학비로 3,000만원을 받으며 대학원 과정을 마친 뒤 2010년 9월 ‘적어도 퇴직일로부터 1년 동안은 A사의 동의 없이 동일 또는 유사 제품을 만드는 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전직금지 약정을 맺고 A사에 입사했다. 이후 유씨가 지난해 5월 모 대기업 전자회사의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뒤 사직서를 내고 퇴사하자 A사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은 “유씨의 근무기간이 길지 않아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A사의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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