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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 달라이 라마와 칭짱철도

중국의 칭짱(靑藏)철도가 최근 개통됐다. 베이징(北京)에서 라싸(拉薩)를 연결하는 이 철도를 중국은 ‘하늘길(天路)’이라고 부른다. 총연장 1,956㎞, 평균 해발고도 4,500m, 최고지점은 해발 5,072m에 이른다. 노선의 80% 이상인 960㎞구간이 해발 4,000m이상의 동토 지역이니 ‘하늘길’이란 표현도 지나치지 않다. 칭짱철도는 지난 58년에 착공해 48년 만에 완공됐다. 중국은 무슨 목적으로 이처럼 막대한 인적ㆍ물적 투자와 오랜 공사기간, 숱한 난관을 감수하며 칭짱철도를 준공했을까. 장기적으로는 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두 대륙을 이어주는 이른바 ‘남아대륙교(南亞大陸橋)’의 기초로 삼는다는 것이다. 즉 베이징에서 출발해 라싸를 지나 네팔을 거쳐 인도까지 계속 연결해나갈 것이라고 한다. 티베트의 중국화가 개통 목적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티베트의 완전 중국화가 주된 목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티베트는 2차대전 직후 독립정부를 유지했으나 50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침공으로 중국의 실질적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59년 3월 라싸봉기로 중국과 티베트 사이에 유혈충돌이 일어났고, 그때 12만명의 티베트인이 무자비하게 학살당했다. 만약 만주에서 조선족이 독립운동을 펼친다면 이처럼 무자비한 진압과 잔인한 학살이 뒤따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이 정부 차원의 동북공정을 벌이고 있는 이유도 알고 보면 소수민족의 독립운동을 싹부터 자르려는 데 있지 않은가. 당시 티베트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추종자 1,000여명을 이끌고 인도로 망명해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그 뒤 중국은 65년에 티베트를 시짱(西藏)자치구로 편입해 오늘까지 지배하고 있지만 인종과 문화와 언어와 종교가 다른 민족인 티베트인의 독립 의지까지 완전히 꺾을 수는 없었다. 따라서 칭짱철도는 티베트의 끊임없는 분리 독립운동에 쐐기를 박는 한편, 티베트인의 한족화(漢族化)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티베트에서 또다시 반중 독립운동이 일어날 경우 중국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신속하게 진압군을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달라이 라마도 여러 차례에 걸쳐 ‘칭짱철도가 티베트인의 민족정신과 고유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악용될 것’이라며 공사의 중단을 요구해온 바 있다. 칭짱철도의 개통으로 달라이 라마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불교의 지배적 종파인 게룩파(黃帽派)의 교주를 가리키는 칭호다. 현재의 달라이 라마는 본명이 잠펠 가왕 롭상 예쉬 텐진 가쵸. 1935년 고원 지대인 탁처 마을에서 출생했다. 40년에 득도식을 갖고 제14대 달라이 라마에 취임했으며 51년 17세 때부터 친정을 시작했으나 59년 중국의 침공으로 인도로 망명한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 24세였다. 올해로 달라이 라마는 71세의 고령. 그의 귀국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그의 생전에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89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달라이 라마가 못 가는 나라는 자신의 고국 티베트나 중국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입국을 거절당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망명 이후 전세계 50여나라를 순방했다. 미국ㆍ프랑스ㆍ호주ㆍ일본ㆍ태국ㆍ몽골 등 모두 중국과 수교 국가였다. 이 달라이 라마가 전체 인구의 4분의1이 불교신자요, 1,300년의 불교사를 지닌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방한하려는 것이 아님에도 계속 입국이 거부되고 있다. 중생제도와 공동체정신을 강조하는 대승불교의 지도자요, 노벨평화상을 받은 세계적 평화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는 까닭은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살펴 계속 그의 입국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지난달 8일부터 서울에서 열린 세계종교지도자대회와 15일부터 3일간 광주에서 열린 노벨평화상수상자정상회의에 초청받아 방한하고자 인도 주재 한국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해 입국이 무산됐다. 참으로 다른 나라 보기에도 딱하고 민망한 노릇이다. 지도자 입국 막아선 안돼 사실 달라이 라마의 방한 문제는 개인의 입국을 불허한 데서 그치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권위와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막는 것은 전임 김대중정권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현 노무현정권도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중국을 대국으로 섬겨야 하는 변방의 소국에 불과한가.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책봉을 받는 왕조시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무슨 권리로 우리나라 내정에 간섭하고 종교 활동까지 참견하는가. 노무현정권은 걸핏하면 반미ㆍ반일자주 소리는 잘하면서 무슨 약점이 잡혔기에 중국과 북한의 비이성적 처사에는 정작 해야 할 말을 단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가.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도, 중국의 속국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 대사가 총독도 아니다. 정부는 국가의 체신을 지키라. 앞으로는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말라. 정권은 실정(失政)을 거듭하다 보면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망할 수 있지만 한번 짓밟힌 국가의 위신과 국민의 자존심은 회복하기 힘든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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