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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광주 비엔날레' 파행 위기
입력2000-01-24 00:00:00
수정
2000.01.24 00:00:00
본전시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한국작가 5명이 지난 18일 제작비 지원이 없는 것에 항의해 불참을 선언한데 이어, 오광수 총감독 등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위원회는 21일 모임을 갖고 이들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데 합의했기 때문이다.김홍희 커미셔너가 선정한 작가 가운데, 홍성담·김태곤·임영선·윤석남·김호석 등 다섯 사람은 이순주씨등 다른 작가들과 함께 최근 비엔날레측에 작품제작비 지원을 요구했지만, 전례가 없고 관계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주최측으로부터 거부당했고, 이에따라 이들 다섯명은 탈퇴의사를 공식 표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퇴 작가인 김태곤씨는 『다른 선진국 현실과 비교해 우리 작가들에 대한 제작비 지원이 필요함을 그동안 여러 경로로 설명해왔으나 주최측이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아 사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석남 전시기획실장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다른 국내외 작가들에게도 똑같은 대우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23억원 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면서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제작비 지원을 해줄 수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오광수 총감독 역시 『외국의 경우도 비엔날레에서 작가에게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탈퇴를 선언한 작가들이 요구한 제작비는 윤석남 1,240만원, 홍성담 1,990만원, 김호석 5,400만원, 임영선 3,500만원, 김태곤 1,000만원 등이다.
비엔날레측은 빠른 시일내에 총감독의 권한 하에 다른 작가들을 섭외해 전시를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전시기획 의도가 왜곡될 가능성이 커졌고 국내외적으로도 불명예스런 전례를 남기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사건이 커지게 된데는 작가에 대한 후원이 태부족인 국내 미술계의 어려운 환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광주비엔날레를 미술행사로 치르는게 아니라 시민위안행사같은 종합 축제 형식으로 꾸미려는 광주시의 고질적인 인식부족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외국의 경우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할 경우 후원단체나 기금이 많아 제작비 조달이 수월하지만, 우리나라 환경으로는 수천만원씩 들어가는 작품 제작에 대한 외부 후원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에 작가들이 비엔날레측에 제작비 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른 것.
또 행사 때마다 수십억원씩 예산을 쓰는 비엔날레 주최측이 그 많은 돈을 작가 지원 등 미술행사 진행에 집중적으로 쓰기보다는 온갖 명목의 부대 행사에 돌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다 작가들과 비엔날레측의 감정싸움도 한몫 하고 있는 것도 사태악화에 큰 기여를 했다. 작가들이 제작비 지원을 요구하자, 『인사동에 가면 제발 출품작가로 포함시켜달라는 작가들이 줄을 섰다』는 식의 행사진행측 인사의 언급이나, 『총감독의 기획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작가들의 발언이 서로의 감정을 건드려 합리적인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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