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남자기·영도벨벳·티켓몬스터 등 회사 이름만으로는 화장품의 화자도 모를 것 같아 보이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시계·섬유·제약·연예기획사 등 업종 구분이 없을 정도다. 지난달 '연비아'라는 브랜드를 선보인 영도벨벳은 경북 구미에서 50년 이상 섬유 분야에만 주력해온 중소업체다. 중국발 특수를 잡으려는 열기를 짐작할 만하다.
세계 2위인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들의 시도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한국산에 몰리는 중국의 화장품 수요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경제 전반에도 활력이 될 수 있다. 정부 역시 물심양면 도와줘야 할 일이다. 그렇더라도 지나친 쏠림 현상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한두 곳의 성공신화에 고무돼 치밀한 전략 없이 진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당수 기업은 자체 기술력이나 생산시설마저 없다고 한다. 이렇게 묻지마식으로 신규 사업에 진입하면 잠깐이야 단맛을 볼 수 있겠지만 국제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시류에 휩쓸려 비주력 분야에 한눈을 팔다 주력 부문마저 망가지는 사례를 과거에 수없이 목격하지 않았는가. 중국 시장이나 소비자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촘촘한 현지화 전략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지난달 '서울포럼 2015'에 참석한 중국 기업인들이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때 가장 필요한 요소가 '현지화 노력'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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