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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애그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

지난주 농심이 라면값을 올리면서 라면 사재기 열풍이 불어닥치는 등 전국이 한차례 몸살을 앓았다. 거의 연례행사처럼 단행돼온 라면값 인상은 서민들의 가계에 주름이 깊어진다는 현실 때문에 매번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진 듯하다. ‘애그플레이션’이라 불리는 국제 곡물 가격 폭등세로 1년 새 밀가루 가격이 60%나 치솟으면서 라면 등 식음료 제조업체의 주름살 역시 만만찮게 깊어지다 보니 무작정 제조업체를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농심의 가격 인상을 놓고 업계에서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번에 농심이 라면값을 최고 15%까지 올린 것은 실제 예상폭인 20~3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며 이는 경쟁사에 부담을 주면서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가격 인상 요인의 상당부분을 자체적으로 떠안아 중소 경쟁업체들을 압도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는 게 소문의 요지다. 물론 농심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이는 애그플레이션이 제조업 사이에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빵값을 인상한 양산빵업계 역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샤니와 삼립식품을 계열사로 둔 SPC그룹은 양상빵 가격을 5~20% 올리기로 하면서 단일품목으로 가장 매출 비중이 큰 식빵은 인상 품목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대해 SPC는 “식사대용식품으로 자리잡은 식빵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은 가능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안 역시 가격 인상 요인을 가능한 자체 부담해 후발 추격자들을 완전히 따돌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폭이 워낙 가팔라 일시에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없다 보니 최근 식음료업계의 경영 상황은 한마디로 비상상황이다. 사무실 임대 공간을 줄이거나 점심시간 불끄기 운동, 폐지 재활용 캠페인까지 벌이는 업체까지 있다. IMF 위기 때보다 더 쥐어짜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국제 시장에서 불어닥치고 있는 애그플레이션이 기업들의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ㆍ고착화시키면서 또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는 게 아닌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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